[런다운] 생애 첫 만루홈런 친 김문호, 커피 100잔 돌린 이유

입력 2015-09-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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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문호(맨 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억에 남을 날이 될 것 같아요.”

롯데 김문호(28·사진)는 13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축하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날 생애 첫 만루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김문호는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1-0으로 앞선 2회말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5-0으로 달아나는 값진 그랜드슬램. 롯데는 2회말 최준석의 2점홈런, 3회말 오승택의 솔로홈런까지 터져 8-0으로 앞서나갔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고, 노게임이 선언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이때 김문호가 눈을 감고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롯데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늘도 감복한 것일까. 비가 잦아들었고, 그라운드 정비요원뿐 아니라 경비업체 직원, 사무실에 있던 롯데 프런트까지 다 뛰어나와 고인 물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중단 1시간2분 만인 오후 7시46분 경기가 재개됐고, 롯데는 결국 11-2로 크게 이겼다.

그렇게 김문호는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6번째 홈런이자, 첫 그랜드슬램을 기록하게 됐다. 13일 한화전에 앞서 그는 “만루홈런은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이다. 난 홈런타자도 아니라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도는데 팬들이 환호하고, 이게 4점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더니 “커피 사러 가야 한다”며 야구장 옆 커피 전문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김문호가 사온 커피는 무려 100잔. 선수단뿐 아니라 그라운드 정비작업에 나서서 자신의 만루홈런을 지켜준 직원들에게까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올해 연봉 5600만원인 그가 이날 커피 값으로 40만원 넘게 쓴 것이다. 주위에선 “만루홈런으로 연봉 고과가 그 이상 오르지 않겠느냐”고 덕담을 보냈다.

사직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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