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신한동해오픈 우승 “친구야 미안해”

입력 2015-09-2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병훈(오른쪽)이 2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친구 노승열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정 후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동갑내기 노승열에 18번홀서 극적인 역전

길었던 승부는 마지막 18번홀의 퍼트 하나로 갈렸다. 그러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가 아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안병훈(24·사진)이 동갑내기 친구 노승열과의 우승경쟁에서 이겼다. 안병훈은 2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파71·6953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0억원) 정상에 오르며 국내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골라내며 4언더파 68타를 친 안병훈은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노승열(11언더파 273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승부는 예측불허였다. 먼저 한발 앞서 나간 건 노승열이다. 2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안병훈도 물러서지 않았다. 노승열이 앞서가면 안병훈이 곧바로 추격했다. 특히 14번과 15번, 16번홀에서는 버디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여 팬들을 열광케 했다. 마지막 집중력에서 안병훈이 앞섰다. 18번홀(파4)에서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파로 경기를 마쳤고, 노승열은 약 1.5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쳤다. 그대로 안병훈의 우승이 확정됐다. 그러나 안병훈은 웃지 않았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노)승열이가 마지막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우승이 확정됐다. 그 순간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우승을 했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며 실수를 한 친구를 먼저 생각했다.

둘은 어린시절 많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다. 그러나 골프에서만큼은 노승열이 앞서왔다. 안병훈은 “초등학교 시절 승열이는 굉장했다. 거리도 멀리 나가고 잘 치는 선수였다. 그때도 국가대표였다”면서 친구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만난 둘은 어느 덧 국내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안병훈.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안병훈에게 이번 우승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세계랭킹 56위 안병훈은 이번 우승으로 50위 이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월말까지 50위 이내를 유지하면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올림픽 출전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한중 탁구커플로 유명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부모님의 뒤를 이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한편 노승열은 또 한번 국내 대회 징크스를 벗지 못했다. 2008년 GS칼텍스 매경오픈, 2010년 CJ인비테이셔널, 2014년 한국오픈에 이어 KPGA투어에서만 통산 4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