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영명. 스포츠동아DB
안영명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1홈런) 2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구속 144km의 직구를 47개 던졌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각각 15개씩 구사했다. 커브는 1개였다.
1회초 팀 타선이 2점을 선취하자 힘을 냈다. 4회말 서상우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5회까지 1실점으로 버텼다. 팀이 6회초 추가점을 얻어 4-1로 달아난 뒤 6회말 1사 1루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후속 투수인 권혁이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그의 실점은 2점을 늘어났지만 팀이 6-3 승리하면서 그도 두 자릿수 승리에 입맞춤했다.
암흑기를 지내온 한화는 그동안 류현진 외에는 국내 투수 중 10승을 기록한 투수가 없었다. 류현진조차도 미국 무대를 떠나기 전인 2012년에는 팀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9승에 그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영명이 한화 토종투수 중 4년 만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생애 2번째 10승을 수확한 터라 감회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팀이 마지막까지 5위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나온 역투여서 눈길을 모은다. 9월 16일 광주 KIA전 선발등판 후 어깨 통증으로 16일 만에 등판한 그는 중요한 길목에서 승리를 이끌면서 희망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만들었다. 이날 SK가 문학에서 NC에 2-9로 패하면서 5위싸움은 끝까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2일 수원구장에서 kt와 시즌 최종전을 치르는 한화는 무조건 kt를 잡고, NC가 다시 한번 SK를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해도 KIA의 잔여경기 승부를 지켜봐야하는 불리한 처지지만, 이날 승리로 일단 기적을 꿈꾸며 마지막 경기를 필승 의지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 한화는 kt와의 시즌 최종전 선발투수로 김용주를 내세운다.
안영명은 경기 후 “이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면 꼭 10승 달성을 하고 싶었다. 6년 만의 10승이라 굉장히 기쁘다”며서 “올 시즌 중간에 부상으로 공백도 있었는데 10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내가 내 입으로 한 말을 이뤄내 다행이라 생각한다.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한 것뿐이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1경기 남았는데, 다른 팀 경기가 신경 쓰이지만 우리 할 것만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시즌 최종전에 임할 뜻임을 선수단을 대신해 전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