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육룡이 나르샤’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셋’…잔트가르·무이이야·방벌

입력 2015-10-13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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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기세가 놀랍다. 이 드라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조선 건국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등 실존 인물 3인방과 이방지, 무휼, 분이 등 가상의 인물 3인을 섞어 새 시대를 여는 혁명의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5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이니만큼 현재까지 방송된 3화는 프롤로그 축에도 못낄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여타 사극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용어들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eyword 1. 도대체 '잔트가르'가 뭐길래?

'육룡이 나르샤' 1회에서부터 어린 이방원(남다름)은 아버지 이성계(천호진)를 보고 '잔트가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이후 방원은 이인겸(최종원)에게 약점을 잡혀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잔트가르가 아니다"라며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장평문에서 고려 권력층을 꾸짖고 책략으로 전쟁을 막아낸 정도전을 향해 "저 사내가 잔트가르다"라며 일생의 롤모델을 찾은 듯 감격한다.

이처럼 1, 2회를 통해 꾸준히 언급된 이 잔트가르라는 단어는 제작진의 풀이에 따르면 '최강의 남자를 뜻하는 몽고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 몽골어 사전에서 잔트가르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로 풀이된다. 즉, 흔히 말하는 리더를 지칭하는 말인 것이다.



Keyword 2. 땅새 엄마도 아는 그 노래 '무이이야'는 무슨 뜻?

2회의 클라이막스 장면을 꼽으라면 누구나 장평문 앞에 선 정도전과 유생, 백성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아비는 칼 맞아 쓰러지고'/'자식은 세금에 찢겨죽고'라는 강렬한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시청자들의 감탄과 전율을 일으킨 일등공신이었다.

얼핏 들으면 원래 있는 고려 가요 같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직접 작사한 신곡이다. 제목은 무이이야(無以異也)로 맹자가 양혜왕과 나눈 대화를 인용해 만든 제목이다.

이 대화에서 맹자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다른 점이 있겠느냐"고 양혜왕에게 물었다. 이에 돌아온 답은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무이이야'라고 답한 부분이 노래의 제목이 돼 드라마에서 사용된 것이다.



Keyword 3. 악을 방범? 방벌?

12일 방송된 3회에서 방원은 변절한 홍인방으로부터 "선한 것은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은 악마저 끌어안고 용서하지만 정의는 악을 용납하지않고 방벌함으로써 정의롭습니다"라는 대사로 자신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설명했다.

이 대사에서 독특한 부분은 '방벌(放伐)'이라는 단어다. 흔히 사극에서 죄인에 대한 처벌을 의미하는 단어로 '엄벌' 혹은 '응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소 생소한 단어다.

여기서 말하는 방벌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쫓아내어 죽인다'는 뜻을 지닌 단어인데 백성을 핍박하는 폭군을 힘으로 쫓아내고 필요하다면 죽여야 한다는 혁명 사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어린 이방원이 굳이 "악을 방벌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부조리함을 개선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신념은 유생들을 핍박한 이 씨 삼형제를 살해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다소 어렵고 일각의 지적대로 산만한 '육룡이 나르샤'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주제의식을 앞서 언급한 세 개의 키워드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앞으로 남은 47부 동안 부패의 상징이 된 고려를 통쾌하게 끝장내 월화극의 '잔트가르'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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