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는 새 연고지 김천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월드 리베로 출신 이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해 단점으로 꼽혀온 서브 리시브와 수비 강화를 꾀했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팀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스포츠동아DB
이호 감독, 새 연고지 김천에서 첫 우승 도전
장소연·이효희·정대영 베테랑들과 소통 강화
세터 이소라 컴백…하혜진·고예림 성장 기대
시크라 데뷔무대 합격점…니콜 빈 자리 메워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안긴 서남원 감독과 결별했다. 새 사령탑으로 ‘월드 리베로’ 출신 이호 감독을 영입했다. 다른 팀들보다 윙 사이드의 높이가 낮은 약점을 보완하려고 서브 리시브와 수비 전문가를 선택했다. 3년간 헌신한 최고 외국인선수 니콜과도 작별했다. 바뀐 외국인선수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연고지도 성남에서 모기업이 터를 잡은 김천으로 옮겼다. ‘경북 김천 하이패스’로 이름을 바꾼 도로공사는 이별이 많았기에 새로운 만남도 기대한다. 여자팀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구단 체제인 도로공사는 챔피언을 상징하는 별이 유니폼에 없다. 그래서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새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에서 새 역사를 시작하는 도로공사는 열정과 긍정의 힘이 2015∼2016시즌의 키워드다.
● ‘베테랑 언니들’의 힘을 믿는 도로공사
이호 감독은 KOVO컵에서 열정을 보여줬지만 팀은 예선 탈락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의욕은 넘쳤지만, 준비과정이 짧다보니 허점이 드러났다. 그 실패를 바탕으로 새 시즌을 앞두고 여러 준비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소통이다. 이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우리 팀에는 4명이나 있다. 이들을 믿고 시즌을 치러가겠다. 훌륭한 지도자는 선수가 만든다. 선수들이 나를 훌륭한 지도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함께 참석했던 2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 이효희는 “좋은 감독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도로공사는 장소연, 이효희, 정대영 등 ‘언니 3총사’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플레이의 핵심이다. 이들이 어떻게 감독을 따르고 숙소에서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잡아가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 감독은 베테랑의 의사를 존중하고 경험까지 중요한 자원으로 생각했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해 벤치와 선수가 교감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도로공사 이호 감독. 스포츠동아DB
● 부상 또 부상, 그리고 영입 또 영입
시즌 준비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동안 팀을 떠나있던 세터 이소라를 설득해 다시 유니폼을 입혔다. 몇 년째 공들여온 일을 처리한 것이다. 베테랑 이효희의 무릎 상태가 온전치 않기에 필요한 카드다. 이소라는 김연경과 프로 입단 동기로, 고교시절 국가대표에 뽑혔던 기대주다. 이효희-이소라-이고은이 버티는 세터는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된 전력이자, 세대교체까지 고려한 완벽한 준비로 평가받는다. 이소라는 팀이 정규리그 우승 보너스로 하와이 여행을 떠난 사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전 소속팀 숙소에서 개인소지품을 챙겨오다 사고가 났다. 다행히 잘 수습하고, 19일 개막전에서 장기였던 강한 서브를 구사했다.
지난해 27연속경기 서브 성공 신기록을 세우며 맹활약했던 라이트 문정원이 시즌 아웃되는 불상사도 겪었다. 중국 상하이로 전지훈련(8월 22∼29일)을 떠나기 전날 마지막 훈련 때 부상을 입었다. 센터 하준임도 허리 디스크로 정상이 아니다. 12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도로공사는 문정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업팀으로 눈을 돌렸다. V리그를 경험한 베테랑 최주희를 낙점했다. 전국체전 후 영입을 발표할 계획이다. 레프트에서 서브 리시브를 담당한다.
● 서브 리시브에서 버텨줘야만 장점이 살아나는 도로공사의 중앙
2년차 하혜진과 3년차 고예림의 성장에 기대를 건다. 레프트 황민경, 하혜진, 고예림과 리베로 임명옥이 서브 리시브에서 버텨줘야 승산이 있다. 임명옥은 김해란보다 서브 리시브 범위가 넓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황민경은 공격보다 리시브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키플레이어다. 이효희의 정확한 토스와 베테랑 센터 정대영-장소연의 경험과 높이가 건재하지만, 이효희의 머리 위로 리시브한 공이 정확히 와야 그 장점이 살아날 수 있다. 이호 감독은 서브 리시브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하루아침에 좋아지거나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비전문가의 조련을 받아 향상된 리시브가 나올 것을 기대된다.
그동안 서브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았지만 문정원, 표승주, 니콜이 빠졌다. 약화된 서브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서브하는 리베로 오지영의 능력을 믿는다. 범실이 적고 상대 공격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중앙은 지난 시즌보다 공격점유율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정대영은 여전하고, 플레잉코치 장소연은 회춘했다. 많은 감량으로 전성기와 같은 빠른 이동공격을 구사한다. 정대영은 19일 현대건설전에서 14득점-공격점유율 16%, 장소연은 9득점-공격점유율 9%를 기록했다. 둘이 기록한 블로킹은 5개였고, 유효블로킹은 10개였다. 높이가 가장 뛰어난 현대건설을 상대로 두 베테랑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 큰 공격을 해줘야 하는 시크라-하혜진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서브 리시브가 흔들릴 때 해결해줄 대포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까지는 니콜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버텼다. 올 시즌에는 그 역할을 새 외국인선수 시크라와 하혜진이 맡아줘야 한다. 시크라는 V리그 데뷔무대였던 19일 현대건설전에서 38득점에 44%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역량을 입증했다. 타점도, 블로킹 능력도, 수비도 좋았다. 시크라는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이호 감독도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때 이 능력을 보고 영입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원했던 선수는 테일러와 시크라였다. 시크라는 상대팀과의 매치업에 따라 레프트 또는 라이트로 들어간다. 세트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크라가 큰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30∼40%의 점유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대주는 하혜진이다. 지난 시즌 7경기 11세트에 출전해 16득점했다. 그러나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공격능력이 뛰어나다. 181cm의 높이가 주는 장점도 많다. 왼쪽에서 높은 공격을 주로 전담한다. 황민경과 함께 서브 리시브를 맡지만 공격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 감독은 “잘 하다가도 경험 부족으로 흐트러지기도 하지만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19일 현대건설전 2-3 역전패에서 드러났듯 낮은 레프트의 약점은 도로공사의 급소다. 이 곳을 강화시켜줄 카드는 하혜진이 될 전망이다. 비록 개막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하혜진의 큰 공격 성공률과 블로킹이 시즌 성적의 변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