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바둑’도 함부로 못하는 프로기사들

입력 2015-1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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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사이버오로 캡쳐

■ ‘불법 스포츠 도박 청정지대’ 바둑

한국기원, 품위 손상 땐 최대 제명
인터넷 바둑사이트 양성화 효과도


요즘에야 바둑이 예도(藝道)니 두뇌스포츠니 대접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전혀 아니올씨다”였다. 좋게 보면 한량들의 잡기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대표적인 도박 아이템이 바둑이었던 것이다. 한국 현대바둑의 대부인 조남철 9단이 일본에서 돌아와 바둑을 보급하던 해방 직후만 해도 조9단이 지나가면 주변에서 “저기 도박꾼 대장이 간다”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바둑계는 ‘도박 청정지역’으로 통한다. 불법도박에 연루된 스포츠 선수들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시대지만 아직까지 프로기사의 도박사건은 드러난 바가 없다. 불법도박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인터넷도 바둑만큼은 아직 덜 오염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바둑은 어떻게 ‘도박 청정지역’이 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바둑의 특수성을 꼽는다. 불법도박의 베팅이 이루어지는 종목은 대부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과 같은 단체 구기종목이다. 테니스, 탁구 등 개인전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 바둑은 대표적인 개인전 종목이다. 게다가 바둑은 승패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기력이 약한 사람은 고수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묻지마’ 베팅을 할 수밖에 없다.

프로바둑의 본산인 한국기원의 엄정한 규정도 불법도박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프로기사들은 한국기원이 금지하는 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 프로기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 견책부터 최대 제명까지 당하게 된다.

바둑계에서는 인터넷 바둑사이트의 활성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바둑도박에 대한 욕구를 합법화, 양성화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이버오로, 타이젬 등 대표적인 온라인 바둑사이트들은 이용자의 베팅을 허용하되 철저한 제한을 두고 있다. 실제 현금이 아닌 사이버머니가 오가지만 베팅 액수를 제한하고 개인끼리의 증여를 금지시켰다. 사이버오로는 포인트를 걸고 두는 개인간 ‘내기바둑’의 경우 회원등급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다. 이밖에 운영자들이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급수를 속이거나 승급을 위한 밀어주기 등 부정대국, 사기급수가 발견되면 영구 이용금지를 당하게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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