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걸스데이 혜리 연대기: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잡은 기린아

입력 2015-11-06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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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혜리 연대기: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잡은 기린아

'사람이 사는 동안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길고 긴 인생 중에 꼭 기회가 세 번만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분명히 분기점이 될만한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걸스데이의 멤버이자 이제 배우로 거듭날 혜리는 이미 두 번의 기회를 보란듯이 잡아 대세 아이돌로 성장했다. 언뜻 보면 MBC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애교 한 방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케이스 같지만 그의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의외로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온 축에 속한다.

혜리는 2010년 걸스데이의 막내로 중간에 투입됐다. 이후 그는 걸스데이에 빠르게 녹아들어 각종 예능과 라디오에서 활약했고 털털한 매력으로 남성팬들을 사로 잡았다.

무대에서도 혜리의 존재감은 점점 커졌다. 밑바닥부터 훑고 실력을 쌓은 걸스데이가 섹시 콘셉으로 변화하면서 민아 위주의 무대 구조가 서서히 변화를 맞은 것. 특히 혜리는 과감한 단발 머리로 변화를 주면서 걸스데이 내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주 조금씩 가수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2014년 8월 혜리의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MBC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이다. 당시 혜리는 라미란, 김소연, 홍은희 등 센 언니들 가운데 해맑은 막내 포지션을 맡았다.

혜리는 이후 군 부대 내 정수기에 붙은 에이핑크 사진을 보고 "걸스데이도 붙여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집에 보내는 편지 첫 마디에 "살려주세요"라고 쓰는 등 패기와 순수함을 오가며 자칫 다큐멘터리가 될 뻔 했던 여군특집을 살려냈다. 이밖에도 육군 훈련소 퇴소식에서 조교를 향해 앙탈을 부리는 장면은 각 커뮤니티에 뿌려지며 혜리를 순식간에 대세 아이돌로 만들었다.

분명히 혜리가 반드시 문제의 '앙탈'만으로 대세가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반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혜리는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그리고 나'에 캐스팅 됐으며 숙취음료, 편의점, 부동산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단독으로 촬영했다.


그러나 유독 연기에서만큼 혜리의 폭발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그는 지금까지 팀에서 맡아왔던대로 발랄하면서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안정적이었다는 평가 이외에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지상파 출연작도 마찬가지. '하이드, 지킬 그리고 나'에서 혜리는 현빈을 짝사랑하는 여대생 역할을 맡았지만 매우 적은 분량으로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에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결국 연기자로서의 혜리는 아직도 새싹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캐스팅 논란까지 겪은 '응답하라 1988'이 시작된다. 혜리는 이 드라마에서 성덕선 역을 맡아 쌍문동 5인방 중 유일한 홍일점으로 활약한다. 그동안의 '응답' 시리즈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정은지, 고아라가 모두 호평을 받은 만큼 혜리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어쨌든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세번째 기회를 맞았다. 이번 기회마저 살린다면 연예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걸그룹 전쟁과 예능판에서 살아남은 혜리는 연기자로서도 우뚝 설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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