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0월 국내에서 947대를 판매하며 전달(2091대)보다 67.4%, 전년 동기(1759대)보다 46.2% 각각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급감했다. 파문이 시작된 9월엔 10.7%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10월엔 5.44%로 줄었다.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9월까지만 해도 수입차 판매량 10위 안에 들었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파사트 2.0 TDI, 골프 2.0 TDI 등의 인기 차종이 불과 한 달 만에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수입차를 과시의 대상으로 여기는 구매 풍토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브랜드의 차를 구매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조작’ ‘부정’을 저지른 차라는 이미지는 당분간 씻기 어려워 보인다.
진심어린 사과 및 소통의 부재도 이 같은 결과를 불러온 원인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장인 토마스 쿨 사장은 국정감사에서조차 사과보다는 변명만을 일삼다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한국인 언론 홍보담당자 역시 최근 소리 소문 없이 사직해 언론과의 소통 창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주체는 없고, 모든 문제 해결을 독일 본사의 지침에만 기대는 형국이다 보니 폭스바겐의 이미지는 점점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다.
폭스바겐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업체는 푸조다. 지난달 1100대 가까이 팔며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폭스바겐은 고육지책으로 모든 판매 차량을 대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를 시작했다. 할부를 원하지 않으면 최대 1772만원 할인해준다. 기존 구매자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불러올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폭스바겐파이낸셜을 통해 할부금리 장사(평균 할부 금리 7.80%)로 배를 불려오던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배수의 진을 친 프로모션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추후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판매량부터 올려놓고 보자는 행동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