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인욱-백정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정인욱·백정현 등 만년 유망주 성장 관건
2015년 10월 31일. 삼성이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날이다. 삼성 김인 사장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덕아웃으로 내려와 류중일 감독의 손을 덥석 잡고는 말했다. “류 감독, 우리 내년 캐치프레이즈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입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다시 시작합시다.” 류 감독도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은 올해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에 주축 투수들이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결국 해당 선수들을 엔트리에서 제외해야 했고, 팀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승4패로 완패했다.
류 감독은 이 모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0일 마무리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다른 해였다면 우승인사를 다니고 각종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정신없었을 시기.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미래의 자원을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다. 당장 선발과 불펜의 핵심 요원들 없이 내년 시즌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삼성은 최근 4년간 늘 우승만 하느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뽑지도 못했다. 류 감독이 늘 고민해왔던 부분이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의 불안으로 엄습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시리즈에서 올해 탈삼진왕 차우찬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본 것은 소득이다. 차세대 에이스가 돼줘야 할 차우찬은 ‘2015 프리미어 12’에서도 한 뼘 더 성장한 피칭으로 든든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심창민도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을 프리미어 12에서 털어내면서 희망을 안겼다. 물론 다른 투수들의 성장도 절실하다. 정인욱과 백정현이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야 할 시기이고, 해외파 출신인 강속구 투수 장필준과 이케빈도 류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자원이다. 삼성은 과연 올 겨울 ‘비긴 어게인’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까.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