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투수코치 정재복. 스포츠동아DB
“플레이오프 한번 뛰지 못해 아쉽다”
“뱃속 튼튼이(태명)한테 공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제일 아쉽죠.”
정재복(34·사진) 넥센 3군 투수코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4일 발표된 넥센의 코칭스태프 개편에는 어렵게 현역생활을 이어오던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았지만 끝내 1군 등판은 없었다. 2003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통산 278경기에 등판해 31승39패20세이브, 방어율 4.57(640.1이닝 325자책점)의 성적을 남긴 채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현역생활이었다. 2002년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듬해부터 급격하게 추락한 LG에서 암흑기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마운드에서 활약했지만 포스트시즌 한번 경험할 수 없었다. 그는 “우승이야 하늘에서 정한다고 하지만, 플레이오프 한번 뛰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2010년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지만 지난한 시간이 이어졌다. 2013시즌을 마치고 방출 통보를 받았고, 지인의 도움으로 몸을 만들며 이듬해 넥센에 입단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리며 의욕적인 시즌을 다짐했지만, 몸이 허락지 않았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착실하게 준비해서 5월까진 몸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6월부터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몸을 끌어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와이프가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년 1월 출산 예정인) 튼튼이한테 공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픔이 많았기에 정 코치의 부모님과 아내 모두 ‘인생 2막’을 반겼다. 부상으로 신음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나날들. 그는 “부모님께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코치가 됐다는 말에 더욱 반가워하셨다. 훌륭한 지도자가 될 거라고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아직 코치 명함이 낯설다. 그는 “코치보단 ‘형’이 앞선다”며 웃었다. 이어 “선수생활을 하면서 소통이 참 힘들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보듬는 코치가 되겠다. 단점보다 장점을 살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