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지휘 김인식·선동열 ‘최고의 짝꿍’

입력 2015-1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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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왼쪽)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약체로 평가받은 ‘2015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살린 주인공들이다. 코치와 선수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해태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끈 둘은 2006년 제1회 WBC 이후 9년 만에 다시 감독과 코치로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인식 감독(왼쪽)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약체로 평가받은 ‘2015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살린 주인공들이다. 코치와 선수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해태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끈 둘은 2006년 제1회 WBC 이후 9년 만에 다시 감독과 코치로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과감한 마운드 운영·완벽한 교체 타이밍
해태왕조·제1회 WBC 이어 환상의 호흡


한국야구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4강에 진출했다. 19일 도쿄돔에서 열릴 일본과의 준결승전 결과에 따라 다소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일본의 심장 도쿄까지 가려고 했던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앞서 프로선수가 참가한 역대 드림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을 정도로 선수 구성에 애를 먹었다. 특히 마운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류현진(LA 다저스)과 같은 검증된 에이스도 없는 마당에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상 삼성) 등은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이번에는 특별한 당근책도 없었다. 자칫 4강 진출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비관론까지 일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 대표팀이 4강까지 진입한 데는 ‘없는 살림’을 쪼개고 붙이면서 절묘하게 마운드를 운영한 코칭스태프의 안목과 지혜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국내 최고의 투수 전문가로 꼽히는 대표팀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의 환상궁합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팀 투수들의 능력과 현재 컨디션을 파악해 완벽에 가까운 투수교체를 해왔다. 우선 멕시코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호투하던 정대현을 내리고 이현승을 투입하는 장면에서 모두들 고개를 갸웃했지만 결과적으로 4-3, 1점차 승리를 이끌어냈다.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쿠바전에서도 교체 타이밍은 기막혔고, 등판하는 투수마다 제몫을 다했다. 과감하면서도 소신 있는 마운드 운영은 작두를 타듯 신기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김 감독과 선 코치의 인연은 오래됐다. 이들은 프로야구 초창기 ‘해태왕조’를 함께 건설한 주역으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신화를 썼다. 김 감독은 당시 해태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였다. 김응룡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을 때, 김인식 수석코치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한 곳으로 뭉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투수왕국을 만들었다. 역량이 뛰어난 투수들도 많았지만, 송유석 차동철 등을 키우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철옹성 마운드를 만들었다. 해태 우승신화의 저변에는 김인식 수석 겸 투수코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선동열은 당시 두말할 필요 없는 ‘절대적 존재’로 최강 해태의 중심축으로 맹활약했다.

김인식 코치는 1990년 쌍방울이 창단되자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코치와 에이스로 해태의 4연패 신화를 쓴 이들은 이때 헤어졌지만, 이제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로서 다시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둘이 처음 코칭스태프로 국제대회에서 한솥밥을 먹은 것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당시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변방으로 평가되던 한국야구를 4강으로 이끌면서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도 이들은 대표팀 투수들을 절묘하게 활용하면서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이 된 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9년 만에 감독과 투수코치로 재회해 역대 최약체로 인식되던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이제부터는 덤이다. 과연 일본을 깨고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김인식-선동열의 환상궁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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