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왼쪽 끝)는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경험해본 타자다. 3년간 17타수 7안타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 소프트뱅크가 제공한 전력분석이 큰 힘이 됐다.이대호가 18일 도쿄돔에서 진행된 공식훈련 도중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대은, 4강전 선발 출격
몸쪽 직구 적어 오히려 바깥쪽 공략 유리
투구수 늘리면서 100구 근접할때 승부수
카운트 잡기용 바깥쪽 포크볼·직구 타깃
이대호, 오타니 상대 4할타 ‘승리의 키맨’
일본의 스포츠 격주간지 ‘넘버’는 7월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출현 이래 일본야구의 스케일이 달라졌다’고 특집기사를 실었다. ‘야큐(野球)’가 아니라 ‘베이스볼(Baseball)’을 하는 세대의 문을 연 오타니에 대해 “파워, 스피드, 두뇌에 걸쳐 기존 일본야구의 틀을 뛰어넘는 재능으로 무장했다”고 총평했다. 천부적 자질을 갖춘 야구선수라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4강전(19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오타니를 만날 한국대표팀은 더욱 답을 찾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대호(33)의 소속팀이자 일본 챔피언인 소프트뱅크가 대표팀에 던지는 메시지는 요긴하다. 그들이 2015년 5월 22일 ‘난공불락’의 오타니를 무너뜨린 과정을 추적해본다. ‘넘버’가 그 경로를 상세히 전했다.
● 소프트뱅크는 어떻게 오타니를 깼나?
역대급 타선을 자랑한 소프트뱅크도 4월 12일 오타니와의 첫 대결에선 2안타 영패를 당했다. 리턴매치는 5월 22일 삿포로돔에서 벌어졌는데, 이 때도 7회 2사까지는 무득점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2사 1루부터 3안타 2볼넷 1폭투가 쏟아지며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5-3으로 뒤엎고 오타니를 강판시켰다. 이후 재역전패를 당했지만 ‘오타니 불패신화’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소프트뱅크가 분석한 오타니의 급소는 ‘▲몸쪽 직구를 잘 던지지 않으니 바깥쪽에 집중하라 ▲경기 초반, 특히 1회에 약하다 ▲투구수가 100구 가까이 됐을 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바깥쪽 직구와 포크볼을 노려라’였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당시 6회까지 88구를 던지게 했다. 오타니는 두 종류의 포크볼을 던지는데, 직구 스피드와 다름없는 초고속 포크볼과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포크볼이다. 소프트뱅크의 전술은 2번째 유형의 포크볼 또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홈런군단임에도 소프트뱅크 타자들은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고,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 뒤 간결하게 쳤다.
● 결국은 두뇌싸움이다!
천운이 따르는지 대표팀에는 4번타자 이대호가 있다. 소프트뱅크가 어떻게 오타니를 부쉈는지 현장에서 목격했고, 비록 안타는 못 쳤으나 만루서 오타니를 상대로 빨랫줄 타구를 날렸다. 이대호의 존재 자체가 일본에는 위협이자, 우리 대표팀에는 오타니 공략법을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조력자다. 실제로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3년간 활약하며 오타니를 상대로 통산 17타수 7안타(타율 0.412) 4볼넷 4삼진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음미할 대목은 소프트뱅크 전력분석팀이 선수들에게 맞춤형 공략법을 전달한 점이다. 단일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선수 스타일에 맞춰 공략 포인트를 다르게 제시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그렇게 오타니를 넘었다. 이제 대한민국대표팀 차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