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윌킨슨. 스포츠동아DB
21일 성남전 끝으로 ‘아름다운 이별’
호주국가대표 중앙수비수 알렉스 윌킨슨(31·사진)은 전북현대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연패 주역이다. 2012년 7월 전북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올 시즌까지 85경기에 출전해 2골·2도움을 올리며 지난해에 이어 소속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그는 아름다운 결별을 택했다. 19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윌킨슨은 “일방적 결정은 아니다. 합의가 있었다”는 말로 불편한 결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어쩌면 ‘마지막 인터뷰’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다시 만나자”는 말로 또 다른 출발선에 있음을 알렸다. 21일 성남FC와의 홈경기는 그가 전북 팬들과 이별하는 시간이다.
-전북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곳에서 대단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3년 반 동안 좋은 축구를 하며 스스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와 가족 모두가 행복했다. 전북은 내 가슴을 울린 팀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신뢰도 컸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다. 커리어도 출중하고, 특히 나를 이곳으로 불러준 분이다. 내게 기회를 충분히 줬고, 능력을 펼칠 수 있었다. 국가대표 발탁, 월드컵 출전의 꿈도 이곳에서 이뤘다. 영원히 잊을 수 없다.”
2002년부터 호주 A리그를 누빈 윌킨슨은 센트럴코스트에서 뛰던 2011년 전반기를 장쑤 쑤엔티(중국)에서 임대선수로 지냈을 뿐이라, 전북 입단이 사실상 첫 해외 진출이었다. 선택은 훌륭했다. 2013시즌부터 꾸준히 20경기 이상 출전하며 호주국가대표로 발탁돼 2014브라질월드컵에도 나섰다. 올해 초 조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무대도 밟았다.
-전북에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2차례나 K리그를 제패한 건 환상적 업적이다. 어디서든 쉽지 않은 경험이다. 내 경력에 있어서도 아주 자랑스럽다. 특히 녹색 물결로 가득 찬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엄청난 분위기와 열기는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난 이곳에서 충분한 믿음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별을 택했다.
“나만의 전적인 의지는 아니었다. 서로간의 합의가 있었다. 내게도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비록 이곳을 떠나지만 꾸준히 전북 소식을 접하며 소중한 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전북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번번이 놓친 게 가장 슬픈 기억이다. 특히 올 시즌 대회 8강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에 패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아시아 정상을 염원했다. 개인적 아픔은 딱히 없다.”
-이곳에 처음 올 때 어떤 목표를 세웠고, 얼마나 이뤘나.
“솔직히 단지 많은 경기를 뛰고 싶었다. 그냥 전북이 우승권 팀이라는 정보만 알고 왔다. 그러다 지난 시즌 우승했는데, 이는 내 프로인생 첫 타이틀이다. 전북이 항상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