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매일 화내는 베테랑 기자역, 어느새 연민이…”

입력 2015-11-24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정재영. 동아닷컴DB

배우 정재영. 동아닷컴DB

영화‘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정재영·박보영의 열정 이야기

상사와 부하직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관계다. 기자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감독 정기훈·제작 반짝반짝영화사)는 신문사 연예부 기자들의 삶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비춘다. 산전수전 겪은 부장 역은 배우 정재영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수습기자 역은 박보영이 맡았다. “배우들의 세계도 직장의 선후배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두 배우를 만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소리치고 화내고…
하지만 인간미가…미워할 수 없죠
실제 내모습? 영화보단 착한 선배


스크린에서 다양한 인물을 그려온 정재영(45)이지만 이번처럼 ‘화’가 많은 역할은 처음이다. 심지어 대사의 절반이 고함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소리치고 화내는 게 주요 행동. 그 화를 참지 못해 회사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몇 대나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정재영이 연기한 하재관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정재영을 미워하기는 또 어렵다. 개성 강한 인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온 실력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다. 겉으론 이해불가 행동을 일삼지만 알고 보면 베테랑 기자다운 ‘감각’과 이해심 깊은 ‘인간미’를 갖춘 인물을 완성했다. 정재영은 “연기하며 연민이 느껴졌다”고 했다.

정재영도 한 때 선배들 눈치 봐야 하는 후배였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시작하던 무렵이다. “연극판에서 이유 없이 후배 괴롭히던 선배들은 대부분 잘 풀리지 않더라. 지금껏 배우로 활약하는 분들은, 소신이 강한 선배들이다.”

그런 정재영은 이제 후배가 더 많은 나이가 됐다. “촬영을 함께 하는 누구와도 잘 지내려고 한다”는 그는 “실제로 내가 하재관보다 더 못되게 구는 선배라면, 이 참에 반성했겠지만 실제 나는 아주 착한 선배”라며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영화는 정재영과 또 다른 주인공 박보영을 통해 녹록치 않은 사회생활을 그려낸다. 취업준비생 신분을 막 벗어나 ‘88세대’로 진입한 신입사원과 노련한 상사는 쉽게 섞일 수 없는 관계. 때문에 이들이 교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지만 이 영화가 그려낸 세상은 현실과 한참 떨어져 있다.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래도 이야기가 끝까지 힘을 지킨 배경은 정재영이다. 사실 올해 정재영은 어느 때보다 남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7월에 출연한 KBS 2TV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을 연기해 호평 받았고, 9월에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한국배우로는 처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어떤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정재영이지만 그는 각각의 작품에서 전혀 다른 인물을 완성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 정재영도 ‘배우’라는 수식어를 떼면, 40대 가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특별한 취미가 없어 집에서 주로 지낸다”는 그는 최신 미국드라마 리스트를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IPTV 마니아’이다. 두 아들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면 나 혼자 영어를 못해 아들이 통역을 맡는다.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얼마 전 인터넷 영어강의를 등록했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