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은 “베이비복스 시절을 떠올리면 입은 웃지만 우는 삐에로가 생각난다. 우리 직업도 그런 존재인 것 같아서 공감되더라”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Q. 베이비복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김이지를 제외하고 모두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A. 주변에서는 경쟁을 부추기더라. 아무래도 또래라 라이벌 아닌 라이벌인 동시에 내 편이기도 하다. 멤버들과 ‘선의의 경쟁’은 좋다. 나중에 같이 작품을 하게 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네 명이 동시에 한 작품에 들어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 같이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Q. 지난해 ‘무한도전-토토가’ 열풍 때 재결성 이야기는 없었나.
A. 한번 음원을 내려고 한 적은 있었다. 추진 중에 이지 언니가 결혼하면서 상황상 할 수 없었다. 각자 하는 활동이 있고 회사도 다르다 보니까 어느 시기든 확 밀어붙이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미연이가 ‘파파라치’로 활동할 때 다함께 ‘김정은의 초콜릿’에 나갔을 때 되게 좋았다. 그 때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으니 한 번 정도는 재결성 하고 싶다. 나중에라도 꼭.
Q. 간미연은 지난달 ‘무도-바보전쟁’ 특집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윤은혜는 일련의 사건들로 극과극의 반응이다.
A. 미연이는 덕분에 관심을 많이 받고 활동의 길이 열리게 됐으니 잘됐다. 음…은혜에 대해서는 언니의 입장에서 안타깝다. 은혜가 워낙 어린 나이에 베이비복스를 시작했고 연기도 일찍 시작했다. 좀 더 즐기고 일할 수 있는 나이였는데도 많이 부딪히면서 활동했다. 이제는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 일(의상 표절 논란)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이 생긴 것 같다. 좋았던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질까봐 걱정이다.
Q. 그렇다면 현 시대에 활동하는 아이돌 후배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
A.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어에 익숙한 세대겠지만 차갑고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안타깝고 불쌍할 때도 있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정말 즐겁게 일할수도 있는데 얼마나 힘들까.
Q. 과거와 달리 이제 아이돌도 자유롭게 연기하는 시대다. 격세지감을 느끼겠다.
A. 예전에는 잣대가 더 엄격했다.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에 대한 벽이 있었다. 내가 드라마를 할 때도 비교적 연기를 늦게 시작했는데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특히 선생님과 선배님들은 ‘네가 하면 얼마나 하는 지 보자’는 느낌이었다.
Q. 어느 덧 데뷔 18년차다.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A.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할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2002한일월드컵 등 역사에 남을 일들을 많이 겪었다. 안티 팬이 “죽어라”면서 면도칼을 보낸 것도 대문에 불을 지른 일들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현 세대의 친구들은 절대 경험하지 못할 것을 겪어본 것 같다. 멤버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옛날 얘기가 나온다. 누가 수영복을 입고 바다를 건너겠느냐. 외줄타기도 하고 돌고래와 같이 쇼도 하고…. 정말 별의별 것 다 해본 것 같다. 당시 몸이 힘들고 친구도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재밌고 행복한 기억들이다.
[인터뷰③에 계속]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