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서귀포시민축구장에서 체력테스트를 받고 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향후 2차례 더 체력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예고없이 깜짝 체력테스트 선수들 울상
테스트 기계 ‘삑삑’ 들어도들어도 불편
감한솔·유인수 조별 1위 “자기관리 굿!”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 2일차가 진행된 8일. 숙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각자 방으로 향하려 할 때 신태용(45) 감독이 뜻밖의 지시를 했다. “오후 훈련은 신가드(정강이 보호대)를 지참하지 않아도 좋아!”
오전 근력훈련을 소화한 선수단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곳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축구선수들의 필수품인 신가드가 필요 없다는 것은 체력훈련이 예정됐다는 의미. 소집 첫날(7일) 체지방·체성분 체크를 했고, 어차피 한 번은 체력테스트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전까지도 공지가 없었다. 신 감독은 말했다.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어? 갑자기 해야 진짜지!”
오후 3시 서귀포시민축구장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잔뜩 얼어 있었다. 신 감독은 “잘 쉬는 것도 프로가 꼭 갖출 요소다. 소집 날짜도 일찍 전했다. 스스로 컨디션을 잘 관리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원스태프가 먼저 설치해둔 기계에서 ‘삑삑’ 소리가 흘러나오자 수비수 구현준(22·부산)은 “소속팀에서 (최영준 감독 부임 후) 매달 2회씩 했는데, 계속 들어도 정말 불편한 소리”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시작된 테스트. ‘요요 인터미턴트 리커버리 레벨2’란 명칭의 이 훈련은 터치라인과 그라운드 중앙에 20m 간격으로 콘을 놓고, 왕복달리기를 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단계별로 시간을 차츰 줄여가는데, 당연히 횟수가 더해질 때마다 선수들의 호흡은 가빠졌고 탈락자들이 속출했다. 곳곳에 서서 선수들의 뜀박질을 살펴보던 코칭스태프의 우렁찬 외침은 그야말로 ‘악마의 소리’였다. “제대로 라인 안 찍어?” “양심적으로 밟아!” “1차 경고야!”
서귀포 전훈에 참여한 선수 32명을 16명씩, 2개조로 나눠 테스트한 결과 1조 감한솔(22·대구), 2조 유인수(21·FC도쿄)가 각각 48회, 52회를 뛰어 1위를 차지했다. 둘 다 같은 조 동료들보다 최소 4회를 더 왕복했다. 김기동(44) 코치는 “두 친구들은 자기관리가 아주 좋았다”고 격려했다.
전체적인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이 기준점으로 삼은 40회 이상을 뛰었다. 신 감독과 상의해 최대 능력치의 프로그램을 준비한 신상규 피지컬 코치는 “뛰고 난 이후 회복을 체크했다. 가장 최근이자 비슷한 연령대인 2013 터키 U-20(20세 이하) 월드컵대표팀 기록과 비교해도 우수한 편”이라며 “프리시즌을 자신이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보고, 주변과 자신의 기록에 자극받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대표팀은 향후 2차례 더 체력테스트를 진행한다. 울산 2차 전훈과 내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앞선 아랍에미리트(UAE) 마무리훈련에서다. 다만 방식이 바뀌어 최대치 단계를 낮춰가면서 심박수(회복시간)를 체크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신 코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이 많이 탈락하지만 이후에도 데이터를 통해 모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귀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