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 이승호, 친정팀 SK가 보듬다

입력 2015-12-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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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승호. 스포츠동아DB

이적 이후 부상 겹치며 존재감 없어져
프랜차이즈스타 재영입…SK 뿌리찾기

SK는 9일 NC에서 방출된 좌완투수 이승호(34)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승호는 은퇴 위기에서 벗어났다.

SK는 계약조건을 밝히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로서 고액연봉을 받았던 선수의 자존심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호는 2012년부터 4년 동안 연봉 3억5000만원씩을 받았다. SK에서 롯데로 FA 이적을 하며 계약금(6억원)과 옵션(4억원)까지 합치면 24억원에 달하는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승호는 2012시즌 롯데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신생팀 특별지명선수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NC에서도 2013시즌 12경기(방어율 9.64)에 등판했을 뿐이다. 부상까지 겹치며 2014시즌은 통째로 쉬었다. 2015시즌에도 단 1경기만 던졌고, 결국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SK가 이승호에게 기회를 준 것은 창단 첫 해인 2000년 신인왕을 차지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투수를 배려한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당시 이승호는 10승12패9세이브를 올리며 신생팀 SK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2001년 14승, 2004년 15승 등 초창기 SK 마운드를 떠받치다시피 했다. 팔꿈치 부상을 딛고 불펜으로 돌아와 2008년부터 ‘SK 왕조’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세월은 거스를 수 없어 SK는 좌완 원포인트릴리프 정도의 쓰임새 정도로 기대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손을 내민 것은 SK 구단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승호의 현역 인생을 인천에서 끝맺게 해줘야 한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 SK는 이호준(NC), 정대현(롯데), 정근우, 정우람(이상 한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잇달아 타 구단에 빼앗겼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이었지만, 구단과 역사를 같이 했던 선수들의 이적은 프런트와 팬들에게 상실감을 줬다. 결국 SK의 이승호 영입은 구단 역사의 정통성 찾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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