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 원맨팀 되기엔 멤버가 아깝잖아?

입력 2015-12-1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CC 안드레 에밋(가운데)이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원정경기 도중 이승현(오른쪽)과 장재석의 집중 수비를 받고 있다. 매 경기 에밋의 ‘원맨쇼’가 펼쳐지고 있지만, 그의 개인플레이 비중이 높아질수록 KCC 국내선수들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DB

KCC의 에밋 몰아주기는 ‘양날의 검’
에밋, 4라운드 3경기 연속 30점-10R 맹위
KCC는 3연패 수렁…‘원맨쇼’ 한계 노출
김효범·김태술 등 국내선수 활용 아쉬워


남자프로농구 KCC 관계자들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안드레 에밋(33·191㎝)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 이후 에밋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 먹으면 한 골’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리그 적응력이 높아져 득점은 더 상승하고 있다.


● 원맨팀, 동료들은 재미없다?

에밋은 15일 현재 30경기에 출전해 평균 21.5점·6.4리바운드·2.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출전시간이 늘어났고, 득점은 더 많아졌다. 4라운드 들어선 3경기 연속 30득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에밋이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동안 KCC(16승14패)는 3연패를 당했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에밋은 상대팀에 위협적 존재지만, KCC라는 팀이 상대팀에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존재는 아니란 얘기다.

이는 피트 마이클(은퇴)이 뛰었던 2006~2007시즌의 오리온스(현 오리온)를 연상케 한다. 마이클은 ‘역대급’ 득점력을 과시하며 경기당 35.1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는 KBL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평균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마이클의 ‘역대급 원맨쇼’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오리온스의 포인트가드였던 김승현(은퇴)은 “마이클이 농구를 잘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없었던 시즌이었다. 마이클이 혼자 다 하니깐 국내선수들은 할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던 김승현이 이렇게 표현할 정도니, 다른 국내선수들의 허탈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 KCC의 키워드는 ‘공존’

KCC는 에밋의 원맨팀이 되기에는 멤버가 아깝다. 전태풍, 김효범, 김태술, 하승진이 포진해 있으며 시즌 초 ‘블루 컬러 워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태홍, 정희재 등도 있다. 실제로 KCC는 ‘에밋 몰아주기’보다 국내선수들이 볼을 공유하는 경기에서 많은 승리를 챙겼다. 최근 3연패 직전까지 4연승을 달렸는데, 이 때 KCC의 평균 팀 어시스트는 20개였다. 반면 최근 3연패 동안에는 팀 어시스트가 평균 11.7개에 그쳤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KCC가 무서운 것은 에밋의 득점에 김태술의 어시스트와 김효범의 외곽슛이 더해질 때다. 김태술, 김효범이 잘하는 경기에선 지역방어를 쓰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태술, 김효범이 마냥 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KCC는 에밋이 30점 이상 넣은 경기에선 2승5패에 머물렀지만, 김효범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때는 11승5패, 김태술이 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경기에선 4승1패로 성적이 좋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