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한국배구 희망 쏜 ‘200억 중계권’ 계약

입력 2015-12-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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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총재-최철호 KBSN 대표(오른쪽). 사진제공|KOVO

탄탄한 재정 확보…미래 사업 청신호
TV 중계로 유소년배구 활성화 물꼬


V리그가 21일 대박 계약을 맺었다. 2016∼2017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시즌 평균 40억원, 총액 200억원의 방송중계권 계약을 했다. V리그 주관방송사 KBSN과 2013∼2014 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3시즌 동안 총액 1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던 한국배구연맹(KOVO)은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 10년간 이어온 상호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 또한 처음이었다. V리그는 2005년 출범 첫 시즌에 지상파 3사(KBS·MBC·SBS)와 각기 별도의 계약을 했고,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에는 KBS가 독점적으로 중계권을 가져갔다. 2007∼2008시즌부터 스포츠전문채널 KBSN이 주관방송사로 활동해왔다 <표 참고>.

새로운 대형 계약의 의미

KOVO와 KBSN 모두 안정적 미래를 원했다. 다음 시즌을 끝으로 2번째 임기가 끝나는 구자준 총재는 자신의 임기 이후로도 KOVO에 안정적 재원을 확보해주고자 했다. 협상 실무진은 속전속결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KOVO는 이 중계권 계약을 바탕으로 타이틀스폰서 계약도 조기에 매듭지을 계획이다. 2007∼2008시즌부터 9시즌 동안 함께 해온 NH농협과 이미 상호교감은 나눴다. 액수와 기간 등의 조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2개의 대형 계약이 완료되면 KOVO는 탄탄한 재정적 기반을 토대로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추진할 수 있다.


KBSN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디어경쟁 환경에서 안정적 콘텐츠를 확보해 만족하고 있다. V리그는 2007∼2008시즌부터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시즌별로 변동은 있지만 남자는 안정적인 1%대, 여자는 0.7%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2015∼2016시즌 최고의 시청률은 이달 16일 남자부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3라운드 경기로 1.65%를 찍었다. 이 우량 콘텐츠를 독점으로 이용할 것인지, 타 방송사에 재판매할 것인지는 KBSN의 판단에 달렸다.

2011∼2012시즌과 2012∼2013시즌은 MBC스포츠+, 2013∼2014시즌부터는 SBS스포츠가 V리그 중계에 참여해왔다. KOVO는 방송권 재판매 과정에서 KBSN과 협의해 V리그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는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V리그는 2007∼2008시즌부터 전 경기 중계방송이 관례였다.


● 유소년과 국가대표 경기 중계를 통해 외연 확대를 노리는 KOVO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난항을 겪은 것은 1년에 4차례 유소년배구경기를 방송하는 부분이었다. 사실상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는 유소년배구대회 중계는 KOVO가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다. KOVO는 7년째 유소년배구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배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상징으로 유소년대회 중계를 요구했다. KBSN도 배구 꿈나무 발굴이라는 대의명분에 협력해 4경기 중계를 약속했다.


국가대표팀 경기의 방송은 대한배구협회와 관계를 정립할 때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KBSN은 남자국가대표가 출전하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방송권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국제대회인 FIVB 월드그랑프리는 우리 대표팀이 2016년 참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년 5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여자대표팀이 일본에서 최종예선전을 치른다. 이 중요한 경기의 방송권을 어디가 가져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대한배구협회는 월드리그 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얻고 타이틀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쉽진 않았다. 프로구단에 여러 차례 손도 벌렸다. KOVO는 대표팀 중계를 매개로 대한배구협회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을 원한다. 12시즌 동안 V리그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와 인맥을 이용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국가대표팀 관리와 운영 주체 등에 대한 대화가 많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두 단체는 대표팀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장기 중계권 계약은 결국 미래 한국배구의 행보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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