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게, 뜨겁게…크리스마스 연인을 부탁해!

입력 2015-12-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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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황혼의 키스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듀티율(왼쪽·이지훈 분)과 이사벨(배다해 분)의 사랑을 아날로그적으로 그린 ‘벽을 뚫는 남자’, 베르테르(오른쪽·조승우 분)와 롯데(전미도 분)의 질풍노도와 같은 사랑을 다룬 ‘베르테르’(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쇼노트·CJ E&M

■ 뮤지컬·연극 연말 강추 공연들


낭만 무대 ‘베르테르’ ‘벽뚫남’
열정의 ‘시카고’ ‘바람과 함께…’
연인 마음 사로잡기 안성맞춤

‘연애를 부탁해’ ‘옥탑방 고양이’
‘썸’ 타는 연인들을 위한 연극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이 좀 더 뜨거워지고, 달콤해진다. 이 땅의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님과 함께 달력이 준 지상 최대의 ‘축복’(솔로들에게는 반대겠지만)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내, 여자친구를 감동시키기 위해 스트레스와 술, 담배로 멍청해진 머리, 365일 다이어트 중인 지갑을 쥐어짜고 있다면 좀 더 스마트한 방법이 있다. 여러분보다 200배는 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감동’을 빌려다 쓰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공연 한 편 보라는 얘기다. 내 여자, 내 남자로 하여금 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달달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뮤지컬과 연극.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 질풍노도의 사랑·황혼의 키스 “아름다운 밤이에요”

낭만주의 시대의 수채화 같은 뮤지컬. 투명하고 아름답다. 엄기준, 조승우, 규현(슈퍼주니어)이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뮤지컬 ‘베르테르’를 추천한다. 세 남자의 열정적인 사랑 방정식은 남자의 머리를 설득하고, 여자의 마음을 훔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베르테르의 질풍노도 같은 사랑의 대상인 롯데는 전미도와 이지혜가 맡았다.(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아날로그적인 뮤지컬로 불린다. 만듦새도 아날로그적이지만(벽을 뚫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이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이다. 뻔해 보이는 손이 눈앞으로 스윽 들어와 마음을 건드린다. 아무리 단단한 마음의 벽이라 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뚫어 버린다. 우체국 민원처리과의 평범한(실은 좀 모자라 보이는) 공무원 듀티율은 최근 TV프로그램 ‘복면가왕’에 ‘김장군’으로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이지훈과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로 익숙한 유연석이 맡았다. 새장 속에 갇힌 듯한 비운의 여인 이사벨은 배다해와 문진아. 알콜 중독자 의사와 변호사, 변태스러운 형무소장, 비리경찰로 부지런히 변신하는 고창석, 조재윤의 연기가 뛰어나다.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조금 오래된 연인이라면 뮤지컬 ‘시카고’도 괜찮겠다. 배우들의 춤이 조금 야한 만큼 남친의 눈빛이 평소보다 벌겋게 이글거리더라도 이해해 주자. 최정원(벨마 켈리)과 아이비(록시 하트)의 콤비는 이제 레전드급이 되었다. 1막 후반 록시의 긴 독백, 솔로곡을 부른 뒤 살랑살랑 엉덩이 뒤로 손을 흔들며 계단을 오르는 록시의 뒤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시카고의 마지막 장면인 벨마와 록시의 2인무 장면은 엄청난 박력을 안겨준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시간으로 지울 수 없는 사랑,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붉게 타오르는 황혼을 배경으로 한 남녀 주인공의 키스 실루엣 한 장면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키스의 교과서 같은 것이 있다면 37페이지 셋째 줄에 실릴 만한 명장면이다. 영화에서는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리가 보여주었지만 뮤지컬에서는 남경주, 신성우, 김법래, 윤형렬(이상 레트 버틀러)과 김소현, 바다, 김지우(이상 스칼렛 오하라)가 영화 장면을 재연한다. 김소현, 바다, 김지우는 3인3색의 스칼렛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 속 비비안 리와 가장 흡사한 스칼렛을 고른다면 단연코 김지우다. (서울 샤롯데씨어터)

셰어하우스에 사는 가난한 청춘들의 썸 타는 연극 ‘연애를 부탁해’. 사진제공|인아츠컴퍼니


유쾌한 연애·촉촉한 음악 “크리스마스에 고백하세요”

이번엔 달달한 연극 두 편이다. 제목부터가 달달한 ‘연애를 부탁해’를 우선 추천한다. 잠시 후 소개할 ‘옥탑방 고양이’, 소극장 뮤지컬의 전설 ‘빨래’ 등에 이어 대학로 스테디셀러 등극을 눈앞에 둔 꽤 유쾌한 연극이다. 본격 리얼 갑질 로맨스라는 홍보 문구를 앞세웠다. 가난한 청춘들이 집을 나누어 쓰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남녀들의 썸 타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기승전버럭’ 전직 수영선수(집주인이다), 이론만 종결자인 연애강사, 불꽃 애드립을 날리는 슈퍼백수, 그냥 세월만 보내는 아이돌연습생 출신녀가 등장한다.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

‘옥탑방 고양이’를 아직 안 본 연인이 있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챙기고 지나가자.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연극 예매율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많이들 봤고, 많이들 좋아했다는 얘기. 종로구 창신동의 한 옥탑방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다. 옥탑방으로 이사를 왔다가 이중계약이 된 사실을 알게 된 남녀가 툭탁거리면서 사랑을 쌓아간다. 2003년 김래원과 정다빈이 출연한 동명의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대학로 틴틴홀, 신도림 프라임아트홀 등)

음악팬이라면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란 아기자기한 콘서트를 추천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촉촉한 음악을 들려준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디토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선다. 12월25일 오후 2시와 7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아직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다면 이날이 딱일지 모른다.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은 빙산처럼 얼어붙은 마음이라도 푸딩처럼 보들보들하게 녹여준다.

오페라 팬이라면 25∼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카르멘’이 있다. 하바네라, 세기디야, 꽃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를 들으며 우아한 크리스마스 밤을 즐겨보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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