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레전드 ‘인디밴드’ ‘퀸즈블레이드’ 은퇴

입력 2015-12-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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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블레이드-인디밴드(오른쪽).

2013년 대표말 인디밴드, 제주서 제2의 마생
2억 시대 연 퀸즈블레이드, 박수칠때 떠난다

“굿바이, 인디밴드! 땡큐, 퀸즈블레이드! 그대들이 있어 행복했다.”

한국경마의 전설인 인디밴드’(5세 수말, 정영식 마주)와 ‘퀸즈블레이드(4세 암말, 김형란 마주)가 역사 속으로 질주한다. 정든 경주로를 떠나 제2의 마생(馬生)을 시작하는 것이다. 2013년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거푸 우승하며 연도대표마에 등극했던 ‘인디밴드’와 2014년 최우수 3세 암말로 선정됐던 ‘퀸즈블레이드’가 경주마 생산에 힘을 더하기 위해 고향인 제주도에서 씨수말과 씨암말로 새로운 마생의 길을 걷는다.

‘인디밴드’의 은퇴식은 26일 오후 3시(부경4경주 후)에, ‘퀸즈블레이드’는 27일 오후 3시(부경5경주 후) 각각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열린다. 정영식 마주는 애마 ‘인디밴드’의 은퇴식을 기념해 우승상금 중 1억 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해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점자도서관을 세울 계획이다.


● ‘인디밴드’ 2013년 연도대표마·최우수 국내산마 등극…작년 부상 뒤 내리막길

‘인디밴드’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주마로 활약했던 최강의 국산마다. 2012년에 데뷔한 이후 13전 8승과 2위1회를 기록했다. 2013년 국산마 최초로 한국경마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동시에 석권하며 연도대표마와 최우수 국내산마로 선정됐다. 수득상금은 10억8782만원.

우수한 혈통과 탁월한 경주력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인디밴드’에게 2014년 부상의 위기가 찾아왔다. ‘왼쪽다리 골절’로 수술과 줄기세포치료, 휴양을 반복했던 ‘인디밴드’는 정영식 마주의 보살핌 속에 부활을 꿈꿨으나 2014년 5월 마지막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한 후 씨수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정영식 마주는 “미국에서 씨암말을 들여와 생산한 첫 번째 아들이다 ”며 “뛰어난 능력마에도 불구하고 부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꿈을 접어 안타깝지만 ‘인디밴드’가 씨수말로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혈맥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퀸즈블레이드’ 경주마 2억원 시대 연 주인공…2014 최우수 3세 암말 선정

‘퀸즈블레이드’는 데뷔 전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스타마다. 8연승의 ‘미래천사’와 오크스 우승마인 ‘절호찬스’를 배출한 ‘하버링’. 거기에 한국의 독보적인 리딩사이어 ‘메니피’가 만나 태어난 것이 바로 ‘퀸즈블레이드’다.

2012년 1세마 경매에 ‘퀸즈블레이드’는 사상 최초로 1억5000만 원의 예정가로 상장됐고, 치열한 경합 끝에 2억 6000만원에 낙찰되며 ‘경주마 2억 원 시대’의 문을 열었다. 데뷔 후에도 7연속 입상으로 몸값을 해내더니, 2014년에는 3관 대회 1차 관문인 KRA 컵 마일(GⅡ) 5위 후 코리안더비(GⅠ)와 코리안오크스(GⅡ)를 우승하며 최우수 3세 암말에 등극했다.

이후 ‘퀸즈블레이드’는 5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고 외국경마대회에 출전했고, 쓰디쓴 패배와 100kg 가까이 빠진 체중을 안고 국내에 복귀했다. 모두가 향후 행보에 대해 고개를 저었지만 휴양목장 관계자와 19조 마방 관계자들의 노력 끝에 점차 상태를 회복해 나갔다. 11개월 만의 복귀전인 11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서는 폭발적인 질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최강 암말임을 입증했다. 통산 17전(8/5/0/0/3)에 수득상금은 11억7212만원이다.


“한국경마 발전시킨 이들의 자식 빨리 보고 싶다” 격려 잇따라

이들의 은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직 은퇴하기에 이르다”, “경주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제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은퇴 사실을 믿기 어렵다” 등 아쉬움을 표했다. 또 “수고했다, 한국경마를 발전시킨 이들의 자식들을 빨리 보고 싶다” 등 격려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경마의 전설을 만들어냈던 두 경주마는 은퇴식을 마치고 자신들이 태어난 제주 ‘이시돌목장’과 ‘챌린저팜’에서 씨수말과 씨암말로 데뷔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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