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주의 손끝이 그리는 순례의 해 ‘리스트 인 마인드’

입력 2015-12-30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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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효주. 사진제공|목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이효주가 돌아온다. 3년 만의 리사이틀. 이번엔 리스트를 마음에 품었다.

제네바 국제콩쿠르 2위 수상자이자 한국 실내악계의 ‘보석’ 제이드의 멤버인 이효주가 3년 만에 리사이틀 무대를 마련했다. 1월18일 월요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다.

이효주의 콘서트는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이효주의 빼어난 연주능력뿐만이 아니다. 그녀만의 전매특허로 불리는 ‘지적인 프로그래밍’이 빠질 수 없다.

3년 전에는 ‘d major & d minor’로 연주회를 구성했다. 전곡 라장조와 라단조의 곡들이었다. 당시 “매우 감각적인 뮤직 큐레이팅”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이번 연주회의 타이틀은 ‘리스트 인 마인드(Liszt in Mind)’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언급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연주한다.

리스트조차 40년에 걸쳐 노년에 이르러서야 작곡을 완성한 대작이다. 이효주는 1부에서 리스트 ‘순례의 해-첫 번째 해, 스위스 중 6번 오베르망의 골짜기’와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중 ’베네치아와 나폴리‘를 들려준다.

2부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작품 178. 역시 리스트의 피아노 음악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대곡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스피디한 손가락의 움직임, 강렬한 타건, 화려한 음색. 자칫 비르투오조적인 요소들만 잔뜩 부각되기 쉬운 리스트의 피아노 음악이지만 이효주의 손이 닿으면 확연히 달라진다.

이효주는 기교에 가려진 리스트 음악의 사각과 음영을 주의 깊게 파고들어 온 건반의 탐구자이기 때문이다.

무대를 압도하는 고귀한 카리스마. 이효주의 리사이틀로 2016년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클래식 음악팬들 만의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리스트 인 마인드. 그리고 이효주 인 마인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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