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 권창훈(왼쪽)은 1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예멘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U-23 올림픽 최종예선 첫 해트트릭
무릎 부상·부담감 이겨내고 진가 증명
8강 토너먼트 앞둔 대표팀에 천군만마
권창훈(22·수원삼성)의 ‘쇼타임’이 펼쳐졌다. 올림픽대표팀 권창훈은 1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SC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예멘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권창훈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한국은 5-0 대승을 거두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올림픽대표팀은 C조 1위 자리를 놓고 이라크와 20일 오전 1시30분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 올림픽 최종예선 첫 해트트릭
권창훈의 발끝은 초반부터 뜨거웠다. 전반 14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은 그는 전반 31분에는 이슬찬(전남 드래곤즈)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고, 전반 41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권창훈은 또 예멘전의 해트트릭으로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동안 올림픽 예선에선 4차례 해트트릭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남자축구 출전 자격에 23세 이하 연령 제한이 도입된 1992년 이후 최종예선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한국선수는 권창훈이 처음이다. 또 올림픽대표팀에서 해트트릭이 나온 것은 1999년 5월 29일 2000시드니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 인도네시아전의 이동국(현 전북현대) 이후 무려 17년만이다. 예멘전 직후 권창훈은 “내가 잘해서 골을 넣은 것이 아니고 동료들이 좋은 패스를 준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며 해트트릭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 부상 우려와 부담을 모두 털어내다!
지난해 8월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 2015동아시안컵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권창훈은 왕성한 활동량과 폭발적 스피드를 과시하며 자신의 주가를 한층 높였다. 상승세는 소속팀에서도 이어졌다. 권창훈은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10골을 터트렸다. 올림픽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은 주축 선수로 권창훈을 ‘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창훈이 올림픽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11월 A매치에 발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창훈은 올림픽대표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멘과의 경기 전까지 그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는 없었다. 지난달 초 제주도 전지훈련 때는 무릎 부상 때문에 아예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그 사이 올림픽대표팀은 틀을 갖춰나갔다. 권창훈의 입지는 좁아졌다. 부상에 대한 우려와 자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부담감이 맞물려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예멘전에서 권창훈은 신 감독이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공수를 오가며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을 뽐냈고, 순간적 침투로 상대 수비를 허물어트렸다. 비록 약체를 상대로 한 경기였지만, 이번 해트트릭은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 8강 토너먼트에 나서는 올림픽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권창훈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