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서 싹튼 썰매의 기적

입력 2016-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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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왼쪽 2번째)과 서영우(왼쪽 4번째)가 23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IBSF 월드컵 5차 대회 봅슬레이 2인승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썰매 불모지에서 나온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사진제공|KB금융

■ 선수 수급조차 안됐던 한국썰매, 어떻게 강해졌나?

김동현이 어렵사리 영입한 원윤종·서영우
체육교사였던 김은태씨가 추천한 윤성빈
‘봅슬레이 金·스켈레톤 銅’ 기적 주역으로
이세중 해설위원 “트랙 이해도 최고 강점”


‘썰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연맹)가 23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 봅슬레이 2인승에서 1·2차시기 합계 1분43초4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리코 피터-토마스 암하인(스위스)과 공동 1위에 오른 것이다. 월드컵 봅슬레이 사상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이라 기쁨은 두 배였다.

다음날(24일)에는 스켈레톤의 윤성빈(23·한국체대)이 IBSF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2차시기 합계 1분45초24로 동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세계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대회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간판스타의 탄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이들의 탄생 비화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점이 모여 큰 원이 만들어졌다. 한국썰매는 이 종목 선구자인 강광배(43) 한국체대 교수의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하고 싶은 사람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강 교수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 루지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썰매를 세계에 알렸다. ‘썰매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한국체대에서 후배 양성에 한창이다.

이세중 대한항공 스포츠단 전략기획과장 겸 SBS 썰매 해설위원에 따르면, 처음에는 선수 수급도 쉽지 않았다. 연세대 럭비부, 농구부에서 이른바 실패한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그렇게 섭외한 이가 2006년 당시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동현(29)이다. 김동현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강 교수와 함께 출전했다. 당시 강 교수가 파일럿, 김동현이 브레이크맨이었다. 이후 김동현은 선수 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체육교육학과 학생을 섭외했는데, 그 주인공이 원윤종과 서영우다. 기막힌 인연이다.

윤성빈의 탄생 비화도 흥미롭다. “2012년에 대표선발전을 하려고 했는데 선수들의 운동능력이 영 시원치 않았다. 그때 당시 신림고 체육교사였던 김은태 씨가 ‘운동 잘하는 친구가 있다. 잘 뛰고 심지어 덩크슛도 한다’며 한 명을 추천했다. 윤성빈이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전언이다. 그는 “기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썰매는 매년 성장했다.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이 위원이 꼽은 원윤종, 서영우, 윤성빈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윤성빈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스타트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트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주행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스타트가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는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도 트랙 이해도가 떨어져 주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만큼 이해도가 중요하다. 이 위원은 “원윤종과 서영우는 트랙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다”며 “처음부터 이해도가 높진 않았지만 실수를 통해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지금은 주행 기술도 무척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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