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뉴 키즈 온 더 블록 내한…600여팬들에 공항 마비

입력 2016-02-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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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2월 16일

엔터테인먼트 관련 온라인 뉴스가 범람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공항이다. 다양한 스타들의 입출국 현장이 실시간으로 각 매체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겨 소비된다. 특히 스타들의 의상은 마치 ‘일상복’인 양, 대중의 시선을 끈다. 각종 패션브랜드의 협찬을 통한 ‘공항패션’이 그 핵심이다.

공항에는 그러나, 취재진만 몰려드는 게 아니다. 팬들 역시 무리를 지어 입출국하는 스타들을 환송하거나 마중한다. 1992년 오늘, 당대 최고의 인기를 모은 팝스타 ‘뉴 키즈 온 더 블록’(사진)이 내한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3개국 45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선 이들을 맞이하려는 팬들의 환호는 ‘광란’으로 표현되고 말았다.

이날 오후 2시40분 팝스타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김포공항 국제선 제1청사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부터 몰려든 600여명의 소녀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이들을 맞았다. 팬들은 ‘뉴 키즈 온 더 블록’ 멤버들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무려 50여분 동안 공항 청사를 장악한 듯 보였다.

급기야 일본 관광객 등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항 출입구 대형금속탐지기와 책상 등 일부 집기가 파손되고 공항 업무는 마비됐다. 일부 팬들은 어렵게 인파를 뚫고 공항 청사를 떠나려 버스에 오른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앞길을 가로막기도 했다.

또 다른 팬들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머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 앞에서 ‘스텝 바이 스텝’을 부르며 밤샘했다. 영하 10도의 한파도 이들을 내쫓지 못했다.

결국 더 큰 사고는 공연장에서 일어났다. 다음날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은 1만6000여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막을 올렸지만 200여 팬들이 쓰러지면서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당시 사고는 10대들의 대중문화 향유 방식과 공연문화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논점을 던져준 계기가 됐다. 입시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한 10대들의 탈출구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그 정도의 우려스러움이 그만큼 컸던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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