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은 8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2차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방어율 1위(2.44)를 차지한 그는 “다승, 방어율, 탈삼진은 물론 경기수나 이닝은 늘리고, 볼넷은 줄여서 모든 기록이 작년보다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새 시즌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매 시즌 목표는 지난해보다 잘하는 것
3개월간 어깨보강훈련…조급함은 없다
양현종(28)은 최근 수년간 소속팀 KIA는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다. 그런 그에게 에이스에 대해 묻자 “(윤)석민이 형이 우리 팀 에이스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양현종이 생각하는 에이스의 자격은 무엇일까.
● KIA 투수진에 대한 평가 “자부심 느낀다”
KIA와 라쿠텐의 연습경기가 벌어진 18일 일본 오키나와 킨스타디움에서 만난 양현종은 투수진에 대한 달라진 평가에 반색했다. 그는 “아직 시즌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선발진이 좋아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부담도 되고, 자신감도 생긴다.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복귀 후 1년간 마무리로 뛰었던 윤석민(30)이 선발로 전환하면서 새 외국인투수 2명(헥터 노에시·제크 스프루일)과 함께 강력한 선발진이 구축됐다. 개막전 선발을 두고도 행복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과 윤석민에게 개막전(4월 1일·마산 NC전)과 홈 개막전(4월 5일·광주 LG전)을 나눠서 맡길 테니 “둘이 상의해서 정해봐라”고 말할 정도다.
윤석민과 양현종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과거 무등구장에서 함께 뛸 때 공사 중인 챔피언스필드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 새 홈구장 마운드를 밟을지 행복한 상상을 했다. 양현종은 “시범경기까지 치르면서 그때 상황과 컨디션을 고려해 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가면 될 것 같다. 우린 둘 다 토종이다. 용병보다는 집중력을 갖고 개막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양현종이 본 에이스 자격 “나보단 석민이 형”
윤석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양현종은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등극했다. 챔피언스필드 개장경기는 물론 지난해 10개 구단 중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유일한 토종투수였다. 양현종은 “지난해 개막전 선발 경험을 통해 자부심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도 양현종은 “나보다는 (윤)석민이 형이 우리 팀의 에이스다. 석민이 형은 선발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마무리가 없는 팀을 위해 보직을 바꿨다. 시즌 중 위기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역할도 해줬다. 자신을 희생하는 에이스의 참된 모습이라고 느꼈다. 아직 난 석민이 형에 비해선 한참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양현종에게 윤석민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어렸을 때는 둘 다 마냥 ‘잘하자’는 말만 했다. 이제 형도 서른 살, 나도 20대 후반이다. 서로 몸 관리나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석민이 형은 내게 큰 버팀목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부족해 부담도 많이 됐다.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 탄탄한 어깨와 빠른 페이스 “목표는 작년보다 잘하기”
양현종은 지난해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따냈다. 방어율 2.44, 유일하게 2점대였다. 그러나 만족은 없다. “매 시즌 목표는 지난해보다 잘하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방어율 타이틀을 얻었지만, 거기 만족하면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승, 방어율, 탈삼진은 물론 경기수나 이닝은 늘리고, 볼넷은 줄여서 모든 기록이 작년보다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 목표를 ‘지난해보다 잘하자’로 잡으면 또 다른 도전이 되고, 목표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취득을 앞두고 연봉도 4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양현종은 “FA를 보는 게 아니라 1경기 1경기를 던지다 보면 시즌이 끝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아직까지는 개막전이나 올 시즌만 생각하고 있다”며 FA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페이스도 빠르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선 어깨 보호를 위해 불펜피칭만 2회 소화했다. 17일 첫 불펜피칭을 마친 양현종은 2월 말 한국팀과의 연습경기 등판이 잡혀있다. 그는 “원래 보통 선수들보다 템포가 느린데, 작년에는 어깨 상태 때문에 더 늦었다. 작년에는 확신 없이 시즌에 들어갔고, 한 달 동안은 타자가 아닌 나와 싸우느라 고생했다”며 “시즌 종료 후 3개월간 어깨보강운동을 했고,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 올해는 조급함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