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노 기자의 캠프 리포트] 160km 찍은 오타니…체인지업 시험한 양현종

입력 2016-02-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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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니혼햄 에이스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 오키나와 나고시영구장에서 열린 KIA와 연습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이날 경기는 일본이 자랑하는 투수 오타니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몰렸다. 오키니와(일본)|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 오타니·양현종 ‘한·일 에이스’가 만난 날

오타니,1회 안타 맞자 특유의 강속구 던져
3이닝 무실점…‘체인지업 테스트’ 여유도

양현종은 스피드 대신 체인지업 집중 점검
2이닝1실점…“오타니? 신경 쓸 겨를 없어”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만났다. 양현종(28·KIA)과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연습경기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즌을 준비해가고 있었다.

24일, 오키나와 서쪽 해안과 맞닿아 있는 나고시영구장은 평일임에도 일본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니혼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키나와 나고에 2차 캠프를 차렸다. 니혼햄의 최고 스타는 단연 오타니다.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평소에도 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데 이날 KIA전은 선발등판까지 예고돼 있었다. 오키나와 캠프 첫 실전등판이었다.


● 오타니 3이닝 무실점-양현종 2이닝 1실점(비자책점)

1회초 KIA의 공격. 오타니가 등장하자 팬들이 박수를 보내며 그를 맞이했다. 연습투구가 시작되자 금세 고요해졌다. 오타니는 시속 140km대의 직구로 가볍게 투구를 시작했다. 2구째, KIA 1번타자 김호령의 배트가 빠르게 돌아갔다. 148km의 직구, 제대로 걸린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 궤적을 그리며 좌측 펜스를 직격했다. 발 빠른 김호령은 2루에서 세이프됐다.

오타니도 놀랐다. 지난해에도 KIA를 상대로 연습경기에 등판했으나 당시엔 3이닝 무안타 1볼넷 6삼진으로 압도했다. 1년 만에 만난 KIA는 첫 타석부터 장타로 기세를 올렸다.

오타니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번타자 이인행에겐 볼넷을 내줬다. 무사 1·2루. KIA 외국인타자 브렛 필이 파울 커트 끝에 7구째에 유격수 방향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선취점도 기대해 볼 만한 순간, 니혼햄 유격수 나카시마 다쿠야가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았다. 유격수 앞 병살타. 4번타자 나지완이 볼넷을 골라 찬스가 이어지나 싶었지만, 황대인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오타니는 1회 위기에 몰리자, 구속을 끌어올렸다. 나지완 타석 땐 KIA 스피드건 기준으로 160km까지 찍혔다. 오타니는 2회와 3회 삼진 2개씩을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막아내 KIA 덕아웃의 함성을 잠재웠다. 기록은 3이닝 1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이었다.

반면 KIA 양현종은 1회말 내야 실책으로 비자책점을 허용했다. 대만 타자 양다이강의 내야안타 때 유격수 윤완주가 역동작으로 타구를 낚아 1루로 송구했으나 뒤로 빠지면서 무사 2루가 됐다. 이후 내야땅볼 2개를 유도했으나, 양다이강의 득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2회에는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지만, 상대 번트 시도 때 포수 이성우의 2루 견제로 주자를 잡는 등 위기를 넘겼다. 이날 기록은 2이닝 3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이었다.


오타니는 최고구속 160km, 양현종 체인지업 집중 점검

양현종과 오타니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요리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좋은 요소도 있었다.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카운트도 잡는 등 처음 치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100% 힘을 쓰지 않았지만, 위기 때는 특유의 강속구가 나왔다. 평소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까지 테스트할 만큼 여유가 있었다.

양현종도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오타니와 다른 점은 힘으로 승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현종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힘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타자 성향을 파악해 변화구를 잘 섞는 게 효율적이다. 확실히 요즘 타자들은 빠른 슬라이더보다 직구 궤도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투수인지라 안타 맞으면 세게 던지려는 성향이 있는데, 오늘 날씨도 춥고 안 쓰던 힘을 갑자기 쓰면 부상 위험이 있어 안타를 맞더라도 내 밸런스대로 던지려고 했다. 스피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 구속이 안 나와도 내 몸의 힘을 전체적으로 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의 직구 최고구속은 137km에 그쳤다. 그러나 스피드가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힘을 쓰는 법을 느낀 데 대해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오타니와 대결에 대해선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내 상태나 밸런스를 체크하느라 상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KIA는 양현종 이후 불펜투수들이 무너지면서 2-12로 완패했다. 안타 개수부터 5-17로 밀렸다. 오타니에게 유일한 안타를 뽑아낸 김호령은 “운 좋게 직구 타이밍이 맞았다. 2번째 타석에선 직구 스피드가 확 올라오더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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