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오른손투수 김승회는 2번이나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그는 “나이가 먹어도 많이 던질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21번째 선수, 아직 가치 있다는 말에 자신감
SK 최고참 부담감…“다함께 가자” 파이팅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는 한 팀에서 ‘21번째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보호선수 20인 다음으로 뛰어난 선수라는 얘기다. 그런데 2차례나 ‘21번째 선택’을 받은 선수가 있다. SK 우완투수 김승회(35)는 2012년 말 홍성흔(39)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고, 지난해 말에는 윤길현(33)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김승회 외에 임훈(31·LG)이 보상선수 명단에 2번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2011년 말 당시 SK와 롯데가 서로 FA를 영입하면서 며칠 만에 원 소속팀 SK로 돌아간 케이스였다.
● 서운함이 자신감으로…“가치가 있다”는 한마디
남들은 한 번도 겪기 힘든 보상선수 지명, 어떤 감정이었을까. 김승회는 “처음 두산에선 입지가 확실하진 않았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져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롯데에선 3년간 나름 고생을 했다고 봤다. 나이가 먹어 이렇게 됐다는 생각에 서운한 감정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SK 김용희 감독은 이적한 선수에게는 누구나 아픔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의 아픔을 보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지난해 LG에서 트레이드해 4번타자로 도약시킨 정의윤(30)도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 성장했다. 김 감독은 다소 낙담한 김승회에게 “아직까지 가치가 있으니 뽑히는 것 아니냐”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나이가 있어 버림받았다’는 서운함이 ‘아직 쓸모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진 힘이었다.
● FA 앞둔 마당쇠…“나이 먹어도 된다”는 목표의식
FA 보상선수로만 선택받았던 그는 올 시즌을 마치면 자신을 이적하게 만들었던 FA 관문에 선다. 김승회는 “어떤 선수든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많은 돈을 받는 것보다 다른 목표가 있다. 나이를 먹어도 많이 던질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승회는 야구인생 내내 ‘마당쇠’로 살아왔다. 지난해 롯데에서도 39경기(선발 7경기)에서 75이닝을 던지며 7승3패2세이브2홀드를 기록했다. 방어율(6.24)이 다소 높았지만, 팀 내 불펜투수 중 2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그는 “솔직히 빛을 보기 힘든 위치인 것을 안다. 그러나 팀에 필요한 자리다. 지고 있을 때 3∼4이닝을 막았는데 타선이 경기를 뒤집었다면, 그 1승이 더 큰 1승일 수도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 팀 적응 도운 동료애…“다같이 함께” 강팀의 이유
김승회는 이적하자마자 SK의 최고참이 됐다. 그는 “이적할 때 최고참이란 말을 듣고 부담이 있었다. 처음 롯데로 이적할 때는 선배들이 많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다. 그래도 많은 SK 동료들이 도와줘 롯데 때보다 빨리 적응한 것 같다. 플로리다 캠프 때는(신)재웅이, (박)정배, (채)병용이가 날 항상 데리고 다녔다”며 웃었다.
기쁨을 나누며 돈독한 동료애도 느꼈다. 오키나와 캠프가 한창이던 20일, 한국에서 아내가 첫 딸을 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료들이 자기 일인 양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SK의 일원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김승회는 “밖에서 SK가 야구하는 것을 보면 항상 강한 팀이란 인상이 있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 선수들이 정말 잘 뭉치고, 다같이 함께 한다는 느낌”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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