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응답하라! 2011’을 외친 이유

입력 2016-02-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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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구장 곳곳에 서브 캐치프레이즈인 ‘응답하라! 2011’을 내걸어 놓고 있다.

‘삼성 천하’ 시작된 해 상기 의미
팀 내부용 서브 캐치프레이즈로

삼성의 2016시즌 공식 캐치프레이즈는 ‘YES! BE9IN AGAIN!’이다. ‘BEGIN’에 숫자 9를 넣어 ‘BE9IN’로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서 9번째 우승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팀 내부용 서브 캐치프레이즈는 따로 있다. 단 네 글자와 숫자 4개로 구성된 이 문구는 매우 간략하지만, 공식 캐치프레이즈보다 더 많은 다짐과 진심이 느껴진다. 바로 ‘응답하라! 2011’이다.

삼성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곳곳에는 푸른색 바탕에 ‘응답하라! 2011’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구단 버스에도 달아놓았다.

2011년은 삼성의 구단 역사상 최전성기가 시작된 해다. 그러나 그 출발에는 의문부호가 많았다. 2010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지만 이례적으로 구단 사장, 단장, 감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며칠 앞둔 12월 30일 전격적으로 선동열 감독에서 류중일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었다. 당시 이승엽은 일본에 있었고,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2010년 16경기에서 4세이브에 그쳤다. 선수단은 세대교체 과정이었고, 부진했던 외국인선수 3명도 모두 퇴출됐다.

무엇보다 초보 감독의 취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안감이 컸다. 류 감독 스스로도 “우승을 해야 더 좋은 성적이었다. 준비할 시간도 짧았다.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귀국하는데, 한국에 들어오기 참 싫더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나 삼성은 2011년을 시작으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은 지난해 핵심 투수들이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모기업까지 바뀌는 등 큰 변화 속에 2016시즌을 맞았다. 임창용은 방출됐다. 전력의 핵이던 FA(프리에이전트) 박석민은 NC로 이적했고, 야마이코 나바로를 비롯해 외국인선수 3명도 모두 바뀌었다. 삼성에게 2016년은 2011년보다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구단은 선수단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응답하라! 2011’을 서브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2011년 물음표에서 시작해 우승을 달성하는 과정을 담은 특별 동영상도 제작해 전 선수단이 볼 수 있게 공유하고 있다. 과연 2016년 삼성에게 2011년의 영광이 응답할까. 종종 위기는 기회일 때도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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