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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밴드 ‘넥스트’의 故 신해철. 사진제공|KCA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말 민주화의 격랑이 지나간 뒤 문화적 소비의 열린 공간 안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대가 탄생했다. 조직문화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개인주의를 처음 ‘실천’한 세대, 강한 문화적 취향을 통해 자아를 표현한 세대,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로운 개성이 뚜렷했던 이들을 세상은 ‘X세대’라 불렀다. 그리고 20여년 뒤. 그들은 40대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청춘이 향유했던 문화적 취향을 버리지 않은 채 경제력을 보태 유력한 대중문화 소비층으로 자라났다. 스포츠동아는 이들을 ‘C세대’라 부른다.
‘기성세대’가 된 X세대
대중문화 다양성의 힘
C세대는 ‘기성세대’가 된 X세대다. 다양한 감수성을 흡수하며 자기개성을 중시했던 1990년대 중후반 X세대는 이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문화적 주도 소비층이 되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1990년대 초반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 이후 댄스음악이 발흥함을 넘어 가요시장을 장악했다. 그 직후 아이돌 1세대로 불리는 HOT와 젝스키스, 핑클과 SES 등이 탄생했지만 10대 팬덤에 끼어들 수 없었던 X세대는 역시 이 같은 흐름보다는 넥스트, 패닉, O15B, 솔리드, 이현우, 이소라, 이승환 등에 빠져 들었다. 당당한 자신감과 개성 강한 음악적 색깔의 힘이었다.
그 즈음인 1998년 3월 극장가에도 변화가 닥쳤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인근에 CGV강변이 멀티플렉스 상영관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이후 곳곳에 들어선 멀티플렉스 극장은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게 했다. 1999년 720개관이었던 상영관은 2015년 기준 2424개관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관객수도 크게 늘어서 2015년 전체 2억1700만여명, 한국영화는 1억1200만여명을 넘어섰다. 이런 증가세에 기여한 것은 2003년 ‘실미도’를 비롯한 1000만 영화의 등장이기도 했다. 그 흐름 속에서 X세대는 자연스럽게 문화적 다양성의 자양분을 쌓아왔다.
안방극장에서는 1990년대 초반 트렌디 드라마를 시작으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드라마가 자리잡았다. 또 ‘몰래카메라’로 상징되는 공익적 기능을 더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며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TV프로그램의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변화는 PC통신을 통해 발언하기 시작한 X세대의 취향과 서로 소통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은 이들의 성장과 함께하며 여전히 그 문화적 감수성을 유지하게 하는 유력한 통로가 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