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구위 업그레이드 채병용 “지금은 10분 대기조”

입력 2016-04-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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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우완투수 채병용은 예년보다 좋아진 구위로 불펜에서 역할이 커졌다. 물론 지난해처럼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대기조’지만, 승부처에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스포츠동아DB

SK 우완투수 채병용은 예년보다 좋아진 구위로 불펜에서 역할이 커졌다. 물론 지난해처럼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대기조’지만, 승부처에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스포츠동아DB

개막 3연전 위기마다 무실점 호투
직구 무브먼트 부활…너클볼도 진화


“작년에 ‘5분 대기조’였으면, 지금은 ‘10분 대기조’예요.”

SK 우완투수 채병용(34) 이야기가 나오자, 김원형 투수코치는 지난해 채병용과 올해 채병용은 확실히 다르다며 농담부터 했다. 선발부터 불펜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인 그를 더욱 중요한 순간에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kt와의 개막 3연전부터 채병용의 존재감은 빛났다. 1일 개막전에서 선발 김광현이 4.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뒤 등판해 삼진으로 급한 불을 끄는 등 1.1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2일에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7회초 1사 3루 역전 위기에서 삼진과 함께 상대 도루를 저지해 실점을 막고 1.2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편하게 준비한 시즌, 직구 구위가 달라졌다!

채병용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예년과 다른 ‘구위’에 놀라고 있다.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구위는 스피드건의 숫자를 뛰어넘는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몸 상태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삼진을 잡을 때 모두가 놀란 것 같은데 나도 놀랐다.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원형 코치 역시 직구 구위 덕분에 다른 변화구도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코치는 “투수는 결국 직구다. 직구가 살면 다른 변화구도 덩달아 효과가 생긴다. 작년보다 (채)병용이의 구위가 확실히 좋다”고 밝혔다.

사실 채병용은 지난해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지만, 만족스러운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30대로 접어든 나이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최근 성적 탓에 ‘2+1년’ 총액 10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그래도 계약 이후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 채병용도 “작년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나 조급함이 앞섰다. 올해는 편안히 시즌을 준비한 게 있다”며 웃었다.


5선발 후보? 팀에 맞게 어떤 보직이든 OK!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채병용은 올해도 ‘5선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결국은 다시 ‘마당쇠’가 됐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5선발 후보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난 팀에서 고참이다. 선발 경쟁에 뛰어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느 보직을 맡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팀이 우선이니 팀에 맞게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참으로서 자세를 강조한 것처럼, 처음부터 어디서든 뛸 수 있게 몸을 만들었다.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대기조’다. 채병용은 “그동안 매년 해왔던 역할이기에 부담은 없다. 어떤 상황이든 늘 준비하고, 언제 어디서 나가든 똑같은 마음이다. 휴식일 빼곤 항상 나간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보직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 높아진 너클볼 완성도, SK 마운드는 강하다!

채병용에게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면, 2014년부터 던진 ‘너클볼’의 비중이다. 김원형 코치는 “던지는 데 큰 변화는 없지만,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너클볼 비중을 늘린 게 하나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공이다. 대부분의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 채병용은 전문적인 ‘너클볼러’는 아니지만, 수싸움에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종을 추가했다.

올해는 너클볼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채병용은 “간간이 던지던 것을 더 많이 던지고 있다. 직구 덕분인지, 너클볼과 다른 변화구가 좋아진 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너클볼을 유리한 카운트에만 던졌다면, 이젠 불리한 카운트에도 던진다.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채병용은 과거 SK의 ‘투수왕국’을 이끌었던 주축 중 한 명이다. 그는 지금도 SK 불펜진이 충분히 강하다고 말한다. 채병용은 “이제 막 시즌이 시작했지만,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 우리 팀 마운드가 강하다는 걸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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