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넥센, 상무·경찰청에서 답을 찾다

입력 2016-04-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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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동원-고종욱-신재영(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군대 다녀와서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야구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선수는 2년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단과 상의해 입대 시기를 조율한다. 선수들은 어차피 입대해야 한다면 복무 중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상무나 경찰청 입단을 원한다. 상무와 경찰청이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는 날은 지원자들의 희비가 교차한다. 2년간 꾸준히 경기에 나가며 실전감각을 유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무와 경찰청에서 복무한 넥센 선수들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량이 부쩍 향상된 선수들이 든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기존에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박동원(26), 고종욱(27)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는 우완 사이드암 신재영(27)이 첫 등판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동원은 2011~2012년 상무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2013시즌 복귀했다. 2014년 중반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 잡은 그는 이제 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27경기에서 타율 0.266, 14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입지를 굳혔고, 올해도 8일까지 타점 1위(10타점)를 달리고 있다.

상무 복무를 마치고 2014년 복귀한 고종욱은 지난해 119경기에서 타율 0.310, 10홈런, 51타점, 22도루의 성적을 거뒀다. 팀의 테이블세터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빠른 발에 정확한 타격, 펀치력까지 갖춘 무서운 타자로 업그레이드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통해 고종욱이 확실한 주축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재영이 둘의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다. 2년간 경찰청에서 복무하며 선발 수업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6일 한화를 상대로 데뷔 첫 등판(선발)에 나서 7이닝 3실점(8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의 호투로 감격의 승리를 따냈다. 신재영은 “경찰청에서 유승안 감독님께 정말 많이 혼나면서 강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손승락(롯데)도 경찰청 제대 후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로 변신했다. 전준우(롯데), 안치홍(KIA) 등 팀의 주축 선수들도 경찰청에서 복무하며 실전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장원준(두산)도 경찰청에서 2년을 보낸 뒤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터트렸다. 구자욱(삼성)은 상무 제대 후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선수들은 야구라는 끈을 놓지 않고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최근 경찰청에서 제대한 한 선수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무엇보다 많은 것을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밝혔다. 넥센 관계자는 “선수와 구단이 최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입대시기를 조율한다. 일방적인 결정은 없다”고 전했다.

“경찰청 출신 선수들이 1군에서 잘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산다”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선수들의 프로 적응을 돕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역을 앞두고 다소 느슨해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이 제대 후 다른 일을 한다면 모르지만, 어차피 야구를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2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기술보다는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상무 박치왕 감독은 “나는 선수들에게 관계와 원칙을 강조한다”며 “관계가 특히 중요한데, 선수가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다 보니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박동원, 고종욱은 처음 입단했을 때는 다소 미흡했지만 갈수록 발전했다.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역할인데 아주 잘 따라줬다.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1군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면 연봉을 받지 않아도 행복할 정도”라며 흐뭇해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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