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범인 누구냐고요? 그게 나홍진 감독 스타일”

입력 2016-05-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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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주인공 곽도원은 작품으로도, 연기로도 자신을 대표할 만한 영화를 만났다. 2010년 ‘황해’에 이어 나홍진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은 그를 한껏 자극시켰다. 곽도원은 “발악하며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곡성’ 주인공 곽도원

반전의 결말…결국 감독의 수에 넘어간 것
나홍진의 숨막히는 연출…난 연기로 발악
부성애 그려나가는 장면 가장 힘들었어요


다행이다. 관객만 헷갈리는 게 아니다. 영화 ‘곡성’의 주인공 곽도원(43)도 처음엔 그랬다. 나홍진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전달받아 읽고 나서 그 역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야?”

11일 개봉한 ‘곡성’(제작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은 공개하자마자 흥행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영화를 기다린 관객이 많다는 뜻이다. “새벽 2시에 눈을 떠 영화 예매율까지 챙겨본다”는 곽도원으로서는 조금은 안도할 만한 상황이다.

“관객이 보기엔 소위 열린 결말 아닌가. 보는 사람들이 다 남의 얘기인 줄 알겠지만 결국엔 감독의 의도에 꼬임을 당한다. 그게 참 흥미롭다. ‘타짜2’를 찍을 때 실제 타짜를 만난 적 있다. 처음엔 상대에게 지다가 서서히 자신의 페이스로 판을 바꾼다. ‘곡성’도 그렇다.”

곽도원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던 2010년 ‘황해’를 통해 나홍진 감독과 처음 만났다.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었지만 당시의 강렬함을 기억한 나 감독은 ‘곡성’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곽도원부터 찾았다.

한 살 터울의 나홍진 감독을 곽도원은 “홍진이”라고 칭했다.

“홍진이의 스타일이 정말 좋다. 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으니 배우의 감정을 모를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 내가 맡은 역할로 들어설 때 배우는 마치 물 속에 빠져 숨구멍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다. 그 느낌을 홍진이는 정확히 알고 있다.”

2014년 8월 시작해 이듬해 2월 촬영이 끝난 ‘곡성’에 참여하는 동안 곽도원은 “다른 경험”이라고 돌이켰다. 그가 촬영장에 들어설 때면 감독은 현장에 머물던 수십명의 스태프에게 철수를 지시하곤 했다. 곽도원이 촬영장에 홀로 들어서고, 자신이 그려내야 할 장면과 상황을 충분히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줬다.

“감독이 그렇게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하겠나. (연기로)발악을 하게 됐다.”

영화는 시골 마을에 낯선 일본인(쿠니무라 준)이 들어온 후 벌어지는 일가족 몰살 사건을 그린다. 곽도원은 마을 파출소를 지키는 하릴없는 경찰. 괴소문이 퍼지고 자신의 딸마저 광기에 휩싸이자 사건을 해결하려 직접 나선다.

하나 뿐인 딸에게 나타나는 이상현상을 목격한 직후 곽도원의 눈에서는 마치 불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그만큼 역할에 몰두했다는 뜻이지만 정작 그는 “부성애를 그려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진짜 내 자식이 아닌 이상 부성애가 느껴질 수 있겠나. 의심을 갖고 연기를 시작했지만 결국엔 우리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떠올랐다. 밑도 끝도 없이 표현하면 되는구나, 그게 부성애구나 했다.”

배우 곽도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금은 고인이 된 곽도원의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부모님 얘기는 잘 안 꺼낸다”고 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때가 많아서다. “장애 있는 몸으로 다섯 식구를 어떻게 먹여 살렸을까. 그런데도 어린 우리는 아버지에게 해준 게 뭐냐고 따졌다. 연극도 나 혼자 행복하자고 시작한 거다.”

20여년간 배우 활동 끝에 곽도원은 비로소 자신의 대표작을 만났다. 이런 평가는 ‘곡성’의 흥행 결과에도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작품과 연기, 두 가지를 얻었다.

만약 나홍진 감독이 또 다른 영화를 제안한다면 곽도원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체력이 되는 한. 하하! 나홍진의 현장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스스로 내가 건방져졌다고 느낄 때, 다시 나홍진의 영화를 하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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