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유영준 팀장
“좋은 조건 프로 못 갔지만 필요한 선수로 성장” 흐뭇
NC 유영준(54) 스카우트팀장은 요새 KBO리그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느라 저녁이 바쁘다. 스카우트 총괄인 유 팀장의 본 업무는 미래의 자원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하나. 유 팀장의 제자들 때문이다. 유 팀장은 2011년 스카우트 업무를 맡기 전까지 10년간 장충고에서 지휘봉을 잡고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두산 유희관(30)과 오현택(31), 상무 이용찬(27)과 강윤구(26)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최근엔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제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유 팀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롯데 김상호(27)와 NC 박민석(27),·김준완(25)이 바로 그들이다.
김상호는 지난해 상무 제대 후 올 시즌부터 롯데의 1루 자리를 꿰찼다. 17일까지 15경기에서 0.364, 2홈런 14타점으로 깜짝 활약 중이다. NC 박민석은 2008년 두산 입단 후 이렇다할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방출된 아픔을 지녔다. 그러나 지난해 NC 유니폼을 입고 올해 18.2이닝 방어율 0.96으로 탈바꿈했다. 육성선수 출신인 김준완은 지난해 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하다 올해부턴 붙박이 1번타자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김상호와 박민석은 장충고 동기생이고, 김준완은 그보다 한살 아래 후배다. 이들은 2006년과 2007년 황금사자기 2연패 멤버이기도 하다. 스승인 유 팀장은 이들의 고교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유 팀장은 “(김)상호는 어렸을 때부터 타격에 재능이 있었고 기본기도 갖춘 선수였다”며 10년 전을 회상했다. 이어 “(김)준완이는 야구 센스가 타고났었다. 고등학교 때는 팀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도 올라 강윤구와 함께 투수를 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석을 향한 애정도 특별했다. 그는 “(박)민석이는 고2 때 이미 시속 147km를 던지는 투수였다. 최근에야 그 재능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은 “제자들이 좋은 조건에 프로에 가지는 못했지만 요새 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에 흐뭇하다”며 “이들이 활약했단 얘기를 들으면 그날 저녁에라도 영상을 꼭 찾아본다. 얼마 전엔 스승의 날이라 제자들한테 전화가 많이 왔었다”며 뿌듯하게 웃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