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법칙] ‘디마프’, 공감할수록 불편해지는 드라마

입력 2016-05-24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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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보기 불편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날아오는 총알이라는 총알은 다 피하고, 죽음을 극복하고 몇 번이나 살아 돌아오는 주인공을 보면서 ‘드라마잖아’라고 대충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드라마가 지닌 판타지를 견디지 못하는 혹자라면 이 같은 불사조 주인공이 있는 작품을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현실적인 드라마를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렇다. 현실적이라 불편하다. 1시간 방송이 끝나고 나면 옆에 있는 엄마에게 미안해지고, 부모뻘되는 어른들의 행동을 구식이라 치부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다”라는 작품의 중심을 관통하는 이 대사 때문에 지금의 나를 괜히 돌아보게 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는 꼰대, 황혼, 노년 등 어른들을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는 배우 고현정이 있다. 작품의 흐름은 대한민국 모든 딸을 대표하는 박완(고현정)의 내레이션을 따라 흘러간다. '디마프‘ 등장인물 중 가장 어린 37살 박완은 청춘의 솔직한 시선으로 젊은 시청자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박완은 엄마 장난희(고두심)과 초 단위로 싸운다. 엄마가 하는 말은 잔소리고 엄마는 아직도 37살인 나를 어린애 다루듯 한다. 무엇보다 눈치 없는 엄마가 짜증난다. 하지만 말다툼 후 돌아서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후회한다. 마냥 착하지도, 마냥 나쁘지도 않은 박완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바로 현실적인 딸이기 때문이다.

박완이 어울리기 싫어하는 엄마 친구들로는 조희자(김혜자), 문정아(나문희), 이영원(박원숙), 오충남(윤여정)이 있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속 ‘꼰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조희자다. 박완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희자는 4차원 꼰대다. 공주처럼 인생을 살던 조희자는 남편이 죽고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망상장애 판정을 받은 그녀는 나이와 함께 고집만 세졌다.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인물이며 드라마의 사건, 사고 중심에 있다. 기센 여자 박완조차 두손두발을 다 들정도다. 자살을 시도할 때는 언제고 이내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일쑤며 셀프 커피 전문점 직원의 말에도 “귀 먹었다 생각해라”라며 앉은 자리를 정리하지 않는 누군가의 엄마가 바로 조희자다.

하지만 작품은 조희자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한다. 꼰대처럼 보이는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은 선배이자 우리 인생을 끌어줄 길잡이다. 이들에게는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인생 끝자락 쯤에 와서야 깨달을 수 있는 ‘여유’라는 무기가 있었다. 박완 역시 엄마 장난희를 비롯한 친구들이 영정 사진을 유쾌하게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빛나고 예쁜 시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노희경 작가는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디마프’를 소개했다. 노 작가의 말처럼 인생은 단 한번뿐이기에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치열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사는 것처럼 시니어들도 똑같이 살고 있다.

‘디마프’는 보기에 불편해야 한다.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젊은 사람들이 시니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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