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정용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화제의 용어, ‘퀵후크(Quick Hook)’는 3실점 이하인 선발투수를 6회 종료 이전 강판시키는 걸 말한다. 과거 ‘승부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나, 이젠 선발투수의 조기강판을 일삼은 한화 탓에 부정적인 의미가 짙어졌다.
KIA는 개막 전부터 ‘선발야구’로 기대를 모은 팀이었다. 그러나 윤석민과 임준혁, 두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구멍난 로테이션을 메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선발투수가 경기당 평균 5.2이닝을 던지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 불펜진의 부담을 덜고 있다.
퀵후크 횟수 역시 최소 1위였다. 23일까지 퀵후크가 4회에 불과했다. 최다 1위인 한화는 무려 20회. 그러나 KIA는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모처럼 퀵후크를 감행했다.
이날 KIA의 선발투수는 좌완 정용운(사진)이었다. 프로 8년차지만, 이날을 포함해 선발 등판은 단 4차례뿐이었다.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6년 만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4.2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8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했다. 볼넷은 3개. 두산의 강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24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날 기록은 3이닝 1실점, 피안타는 단 1개였다. 그러나 KIA 벤치는 4회말부터 현역 최고참 최영필을 마운드에 올렸다.
도망가는 피칭이 문제였다. 1회말 선두타자 배영섭부터 볼넷을 허용했고, 도루 실패가 그를 돕나 싶었지만 또 볼넷을 내줬다. 2회에도 볼넷 2개. 3회엔 볼넷 2개로 2사 1·2루를 허용하자, 김기태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짧고 굵게 한 마디를 던지고 돌아가기도 했다. 결국 이승엽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뒤 3이닝 만에 경기를 마쳤다.
이닝 당 2개씩 무려 6개의 볼넷을 내줬고, 벤치는 퀵후크를 결행했다. 타자와 맞붙지 못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코칭스태프는 없다. 정용운은 지난 등판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대구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