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체중 때문에 걱정했는데 84kg까지 쪘다
구속 151km 나와…볼도 많이 묵직해져”
“선수들이 ‘극복의 아이콘’이래요. 하하.”
NC 원종현(31)이 암을 이겨내고 돌아왔다. 그는 24일 마산구장에 합류해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고, 27일에는 선수단과 함께 광주로 넘어가 함평에서 열리는 KIA 2군과의 경기에 등판한 뒤 6월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원종현이 2014년 대장암 선고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복귀를 장담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술과 더불어 항암치료까지 받은 투수가 다시 공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원종현은 기적을 써냈다. 1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고, 이제는 1군 복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언제까지 버텨야하는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를 지탱한 것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다’는 바람 하나였다. 간절함은 하늘에 닿았다.
원종현은 25일 취재진과 만나 “생각보다 빨리 나아서 나도 나한테 놀랐다”며 웃고는 “지난 주에는 구속이 151km까지 나왔다. 물론 구속이 전부는 아니고, 볼 힘이 더 좋아져야하지만 다시 야구를 하고 싶었다. 처음 1군 무대에 데뷔했을 때처럼 설레고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어제(24일) 1군에 합류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 그런 기분이다. (웃음) 훈련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
-2군 캠프에서 돌아올 때만 해도 복귀시점이 전반기로 예상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1군에 올라왔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와서 나도 나한테 놀랐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됐고, 빨리 나았다. (김경문) 감독님께서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주신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NC 불펜들이 던지는 것을 봤나.
“잘 하더라. 그 덕분에 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급하지 않게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워낙 연습벌레고, 야구욕심이 많아서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말렸다고 하던데….
“맞다. 무리하지 말라고, 세게 던지려고 하지 말라고 많이 말려주셔서 부상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주셨다.”
-(암) 수술을 받고 본격적으로 훈련한 건 언제부터인가.
“지난해 11월 마무리훈련부터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할 때는 솔직히 오랜만에 공을 잡아본 거였다.”
-복귀 준비를 하면서 연투 가능 여부가 관건이었다.
“2군에서 10게임 정도를 던졌는데 일주일에 1경기, 다음주는 2경기, 이런 식으로 조금씩 등판횟수를 늘렸다. 일주일에 3경기까지 던졌고, 한 경기 투구수도 35개까지 소화했다.”
-처음 다시 공을 던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
“대만 2군 캠프에서 연습경기가 첫 등판이었는데 많이 떨리더라. 머릿속에서도 첫 경기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생각과는) 달랐다. NC 입단 후 첫 경기 때처럼 긴장했다.”
-수술 후 어떤 마음으로 재활을 했나.
“(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행히 수술도 잘 되고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돼 좋다. 구단이 많이 도와주셨고, 팬들도 응원해주셔서 힘낼 수 있었다.”
-NC 입단 전에는 사비 털어서 팔꿈치 수술을 받고 혼자 재활하더니, 이번에는 암도 극복하고 독종이긴 하다.
“선수들이 ‘극복의 아이콘’이라고 하더라. 독하게 했다. 포기할 만도 했지만 한 번 (1군에서 제대로) 뛰고 싶었다. NC에서 던지기 전까지 2군에서, 방출된 후에도 버텼던 힘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체중 때문에 걱정도 됐지만 가을부터 코어운동도 많이 하고 지금은 83∼84kg까지 몸무게가 올라왔다. 이제 85kg까지는 찌우려고 한다.”
-돌아온 것은 기적이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여름에 체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잘 챙겨 먹고 관리 잘해서 역할을 하겠다. 체력 외에 기량은 걱정이 없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