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요일별 승률로 보는 팀 지향성

입력 2016-06-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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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화요일 9전승 ‘6연전 기선제압’
승부사 기질 강한 감독의 패턴 성향
넥센은 일요일 7승3패 ‘전략적 실험’



# 통계는 거짓말보다 더 교묘하다. 객관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숫자라도 의미가 달리 읽힌다. 심지어 숫자가 유의미한지 여부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다. 가령 득점권타율이라는 통계가 그렇다. 결국 시간이 걸릴 뿐, 득점권타율은 표본이 축적되면 타율에 수렴될 것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득점권타율을 허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득점권타율이 특별나게 좋은 타자도 현실에서 목격한다. 이 지점에서 득점권타율은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 야구에서 특정팀이 특정요일에 어떤 승률을 올리느냐는 그다지 의미 없는 우연처럼 여겨지기 쉽다. 상대팀 상황, 우리 팀 선발 로테이션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승리 혹은 패배가 포착된다면 어떤 필연성이 숨어있을 수 있다. 화요일과 일요일 승률을 따져보는 것이 그렇다. 화요일은 6연전 첫머리다. 일요일은 6연전 마무리다. 이 중 한 곳에서 유독 승률이 높은 팀을 올 시즌 KBO리그에서 뽑아보면 그 팀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산과 한화는 화요일의 팀을 지향한다. 그리고 넥센은 일요일의 팀을 꿈꾼다.



# 7일까지 두산은 화요일 9전 전승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화요일 선발의 경우, 투구수에 구애를 받지 않고 길게 끌 때가 있다. 일요일 승률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포석이다. 실제로 두산은 일요일에 5승4패로 평균을 조금 웃돈다. 그만큼 6연전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화요일에 중점을 두는 운영이다. 한화야구가 바닥 아래 지하실까지 갔던 것도 화요일 모든 것을 쏟아 붓고도 못 이겼던 데 원인이 작지 않다. 한화의 수요일 성적이 7일까지 1승7패였던 것은 ‘오늘만 사는’ 김성근 야구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화요일 승률을 회복(5승4패)해가며 사기가 올라가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감독들이 빚어낸 패턴이랄 수 있다.


# 반면 넥센의 화요일은 평균을 조금 웃도는데(5승4패), 일요일 성적(7승3패)만큼은 유별나게 좋다. 6연전의 힘을 뒤에 두고 있는 팀 운영을 한다는 증거다. KBO리그에서 좀처럼 없던 ‘실험’이다. 넥센 야구가 투수들의 체력비축을 비교적 잘 해주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NC도 주 후반부로 갈수록 승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전략적인 팀에서 나오는 패턴이다. 긴 시즌을 끝내면 지금까지의 데이터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순 있겠지만 맥은 감독이 힘을 주는 지점을 아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를 떠올리면 지금을 놓칠 수 없고 육체의 한계를 생각하자니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감독들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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