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찬욱이 본 김태리…김태리가 본 박찬욱

입력 2016-06-13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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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김민희의 히데코가 고양이라면 김태리의 숙희는 생쥐다. ‘톰과 제리’ 같은 관계”라고 정의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듣도 보도’ 못한 신데렐라가 충무로에 등장했다. 영화 ‘올드보이’ 강혜정,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임수정 그리고 ‘박쥐’의 김옥빈까지 전에 없던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스크린을 매료했던 박찬욱의 선택은 김태리였다.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이렇다 할 필모그래피 하나 없는 신예 중의 신예를 발탁했기 때문이다.

김태리는 ‘아가씨’ 오디션 당시 소설 ‘핑거스미스’를 소재로 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것 외에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임했다. “노출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이며 협의 불가능”이라는 공고에도 김태리가 이 오디션에 참가한 이유는 단 하나. 박찬욱이라는 감독에 대한 배우로서의 신뢰였다.

김태리는 무려 1500대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에 캐스팅됐다. 박찬욱 또한 갓 데뷔한 김태리에 대한 사전 정보 하나 없었을 터. 그렇다면 박 감독은 대체 김태리의 ‘무엇’에 이끌려 그를 뮤즈로 앞세웠을까.

박찬욱 감독은 최근 동아닷컴과의 영화 ‘아가씨’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김태리는 내가 원하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태리와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눈빛이 똘똘했다. 어디엔가 딱 박힌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인상이 마치 차돌처럼 단단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아가씨’의 숙희는 힘없이 작은 존재지만 영리하게 자기가 지배하려고 한다. 백작의 대사처럼 생쥐 같은 인물”이라며 “김태리에게서 숙희 같은 모습을 봤다. 흐물흐물하지 않고 야무진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감독은 김태리의 신인답지 않은 프로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보통 신인이면 현장에서 다른 말없이 ‘네’라고 할텐데 김태리는 ‘감독의 생각이 왜 틀렸는지’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이유를 설명하더라”며 “그의 말이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지만 도리어 그 말에 내가 자극받을 때도 있었다. 감독으로서 즐거운 부분이었다”고 칭찬했다.

김태리는 동아닷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감독의 칭찬을 기자를 통해 전해 받은 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태리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감독님이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어려운 분일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먼저 열어주신 덕분에 나도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처음 뵀을 때부터 편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과 관련해 “아마 내가 처음이라서 오히려 더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태리는 “나는 처음으로 영화 하는 사람이니까 몰라서 여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서는 헤쳐 나갈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라며 “그래서 감독님께 생각과 의견을 묻는 데에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원작 영국 소설 ‘핑거 스미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찬욱 감독 연출작 ‘아가씨’는 1일 개봉해 12일까지 313만188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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