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소속으로 여자프로농구 2015~2016시즌을 뛴 첼시 리(가운데)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첼시 리는 한국 국적의 할머니를 둬 ‘해외동포선수’ 자격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실질적 가족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사진제공|WKBL
KEB하나·WKBL 후폭풍 거셀듯
해외동포선수 자격으로 여자프로농구 2015∼2016시즌을 뛴 첼시 리(27·KEB하나은행)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KEB하나은행이 첼시 리를 선수 등록했던 지난해 10월 일부 팀에서 등록서류 미비를 지적했음에도 이를 묵과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스포츠동아 2015년 10월 20일자 6면 보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5일 “첼시 리가 제출한 본인과 아버지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첼시 리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미국 사법당국에 진술 청취를 위한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하고, 답이 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그녀의 한국행을 추진한 에이전트도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첼시 리는 본인과 부친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지난해 5월과 10월 KEB하나은행 농구단 측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서류는 올 4월 첼시 리의 특별귀화가 추진될 때 법무부 국적과에도 제출됐다. 첼시 리는 이 서류를 근거로 지난해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라며 해외동포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WKBL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이면 ‘해외동포선수’ 자격을 부여해 국내선수 신분으로 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아버지 L씨는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친의 출생증명서로 제출한 서류는 미국에서 사용되던 양식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할머니로 기재된 이모씨는 실존하지만, 가족관계에서 L씨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한 가족으로 등록된 양녀는 이씨가 미국인과 결혼하지 않았고, 다른 자녀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은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첼시 리와 에이전트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최종적으로 문서위조가 판명되면 장승철 구단주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WKBL도 “농구팬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연맹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자에게 엄중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등록에 관련된 서류 심사를 강화하고 이사회를 개최해 해외동포선수 규정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폭풍은 거세게 일 전망이다. 첼시 리 등록에 있어 문제점을 지적했던 나머지 5개 구단이 피해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WKBL 고위관계자들을 향한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