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관중석에 간 까닭은?

입력 2016-06-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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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팀 훈련 때 필드 아닌 관중석 올라가
“다른 각도서 보면 아이디어 생길까봐”

KIA 김기태 감독은 14일 두산전을 앞둔 경기 전 팀 훈련 때, 필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항상 호흡을 같이 하려는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 상,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훈련을 챙겨보지 않은 건 아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감독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관중석에서 훈련을 지켜봤다. 유럽축구에서 경기 중 감독이 관중석에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야구에서는 드문 일이다. 김 감독은 “(야구가 잘 안되다 보니까) 시선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각도에서 선수들의 타격과 수비를 관찰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절박함이 깃들어 있다.

김 감독은 14일 두산전에 나지완을 1번타자로 기용했다. 나지완은 13일까지 0.441의 출루율로 KIA에서 가장 좋았다. 그러나 주자 있을 때 타율이 0.221 이었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는 0.204 였다.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김 감독의 실험은 나지완의 2안타 2득점 활약으로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역전 3점홈런을 맞았다. 김 감독은 6-8 역전패 후 바로 귀가했다. 방의 불을 모두 꺼놓고 하염없이 구상 속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반전을 끌어낼 동력이 부족한 현실 앞에서 힘겹다.

KIA는 김 감독을 영입했을 때부터 ‘첫 2년은 편하게 하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력선수들이 집결하는 2017년 전력을 다하고, 그 전까지 2년은 팀 체질을 개선하고, 자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기조였다.

그러나 현장의 김 감독은 구단의 배려와 별개로 오늘 당장 지고 싶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산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무리시키고 싶진 않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 보기 좋지 않느냐?”고 말한다. 지금 김 감독의 언사들은 알고 보면 간절한 몸부림이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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