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권경원 “언젠간 유럽리그서 검증받고 싶다”

입력 2016-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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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알 아흘리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권경원은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유럽에서도 내 실력을 검증받고 싶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 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UAE 알 아흘리 주전

3골·1도움…팀 최소실점 활약
중동·중국 이어 유럽서도 관심
“석현준 형 처럼 거침없이 도전”

5월 뜻밖의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 프로축구리그에서 활약하는 권경원(24·알 아흘리)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수의 명문 클럽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리버풀 등이 스카우트를 파견해 권경원의 플레이를 점검했다는 뒷이야기도 함께 전해졌다. 솔직히 권경원의 이름값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성장과정에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나 중앙 수비수와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형적 멀티 플레이어인 그의 잠재력은 모두가 인정한다.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3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에 입단한 권경원은 첫 시즌 20경기에 출전하며 연착륙하는 듯했지만, 이듬해 5경기에 그치며 주춤했다. 오랜 기다림에 답답했지만 묵묵히 견디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때’를 기다린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지난해 초. UAE 동계전지훈련 기간 중 전북은 알 아흘리와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알 아흘리가 권경원을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6개월 단기임대를 제안했다가 전북이 거절하자, 4년 6개월짜리 계약서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적료가 300만달러(약 34억원)에 달했다. 전북 선수단이 귀국하기 전날 밤, 최강희 감독이 권경원을 조용히 불렀다. “너 여기 남으면 어떨까?”

짧은 시간, 숱한 고민 끝에 알 아흘리 유니폼을 입었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며 나라는 존재를 알리자’는 생각이 컸다. 선택은 옳았다. 성공시대가 이어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해 준우승을 차지한 뒤 2015∼2016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기까지 1년 반을 소화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웃을 수 있지만, 하루하루가 쉬운 적은 없었다. 항상 마음은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그의 신분은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외국인선수이기에 더욱 긴장해야 했고, 더욱 잘해야 했다. 처음 6개월은 정착을 위한 시간이라면 최근 1년은 시험받는 시간이었다. 성과로, 결실로 보여줘야 했다.”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알 아흘리는 최소실점으로 정규리그를 제패했고, 권경원도 3골·1도움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막대한 몸값을 자랑하는 쟁쟁한 상대 공격수들을 차단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를 향해 유럽 외에도 중동과 중국 등지에서 수많은 러브 콜을 보내고 있지만, 알 아흘리는 다른 용병들과는 달리 다음 시즌도 권경원과 함께 하길 원하고 있다. “UAE를 비롯한 중동리그의 공격수들은 수비가담보다는 공격에 집중하는 편이다. 공격에만 매진하는 상대를 막아내려면, 더 집중하고 더 생각하며 플레이해야 한다. 나보다 힘이 좋은 상대에게 힘으로 맞서는 것보다 영리하게 대처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요즘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조건과 최적의 환경, 꾸준한 기회.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상황에 어쩌면 안주할 법도 한데, 권경원은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 접한 석현준(25·FC포르투)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석)현준이 형이 포르투갈에서 뛰면서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던 연봉의 10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형의 멈춤 없는 도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자극을 받게 됐다.”

결국 도전의 가치다. 많은 돈이 줄 수 있는 행복과는 또 다른 문제다. 언젠가 이뤄질 국가대표팀 발탁과 유럽 진출을 갈구하는 이유다. “어릴 적에 축구를 시작하면서 5개국의 리그를 접하자는 생각을 했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유럽에서도 내 실력을 검증받고 싶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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