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KBO 재일교포 선수들은 왜 사라졌을까

입력 2016-07-0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0년 SK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출신 우완투수 김대유(당시 27세)를 영입했다(현재 SK 소속인 김대유와는 동명이인). 김대유는 비록 1군 등판 기록 없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한국프로야구의 마지막 재일교포 영입으로 남아있다.

1980년대 재일교포 선수들은 슈퍼스타였고, 한국야구에 기술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83년 장명부(삼미)의 시즌 30승은 여전히 깨지지 않는 기록이며 요미우리 출신 김일융은 1984∼1986년 삼성에서 3년간 54승을 거뒀다. 이후 해태왕조의 시작 포수 김무종, 1989년 빙그레에서 타격왕에 올랐고 당시 연습생이던 장종훈 현 롯데 코치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고원부 등 재일교포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러나 사실상 2000년대 초반부터 재일교포 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노모 히데오의 단짝 포수로 활약하며 일본에서 19년을 뛴 김영화가 2003년 롯데에 입단했지만 단 7경기 만에 돌아갔고, 2003년 삼성에 입단한 고지행은 2005년 한화에서 은퇴했다. 이후 재일교포는 사실상 KBO에서 맥이 끊겼다.

그 많던 재일교포 선수들은 왜 사라졌을까.

최근 롯데는 형제구단인 지바롯데 등을 통해 영입 가능한 재일교포 선수들을 파악했다. 전력 보강을 위해서였다. 관계자는 “3세, 4세로 넘어가면서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꽤 이름 있는 선수와도 접촉을 했지만 한국행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후 결혼과 함께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선수생활 황혼기 때 한국행을 결심하는 재일교포들이 많았다. 그러나 KBO리그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

제도적인 변화도 제일교포 영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팀당 2명씩 재일교포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무조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지명 후 구단과 계약해야 한다.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거물 재일교포를 찾아내 한국행 약속을 받아도 드래프트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 먼저 지명할 수 있다. KBO리그 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재일교포 출신 야구인들은 KBO리그에서 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재일교포였고 송재박 두산 코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10년간 뛴 실력파로 1988년 OB에 입단하며 고국을 다시 찾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