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구 “앞으로도 경주마처럼 달리고 싶다”

입력 2016-07-06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신구. 동아닷컴DB

■‘디어 마이 프렌즈’의 히어로 여든 살 연기자 신구


가부장적 남편 캐릭터는 시대상
그의 인생 충분히 공감하며 연기
노희경 작가가 감칠맛 나게 썼지

연기자 신구(왼쪽 사진)는 올해 여든 살이다. 그럼에도 흐트러짐 없이, 젊은 연기자들도 버겁다는 드라마 촬영현장을 거뜬히 이겨냈다. 2일 호평 속에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서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려오니 여기까지 왔다.”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에서 신구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의 모습을 연기했다. 70년 넘은 인생을 살면서 쉰 날이라고는 아내와 친구 집으로 떠난 2박3일 간의 신혼여행이 전부인 ‘꼰대’다. 세계일주를 평생의 목표로 꿈꾸는 아내에게 “미쳤나. 지랄방귀를 뿡뿡 뀌네”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다정다감한 면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다.

“그를 변명하는 건 아니고, 하하! 그 시대에 태어난 대부분의 장남은 가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형제들도 돌보며 살아야 하는 환경이었다. ‘가방끈’도 짧고. 세계일주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나 역시 그 시대 사람이라 그의 인생에 충분히 공감하며 연기했다.”

완벽한 이해를 통한 신구의 연기는 시청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과거의 나, 지금 내 아버지, 미래의 나를 보는 느낌을 안겼다. 아내를 막 대하는 행동은 한 없이 밉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당신의 젊은 시절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16회까지 50대에서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고, 뒤이어 40대와 30대의 점유율 순으로 얻은 인기는 이를 증명한다.

종영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제공|tvN


신구는 “이제 나이가 드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건강을 걱정해주시는데 잘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는 물론 매년 연극 무대에까지 오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노장은 살아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관록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그는 ‘디마프’를 통해 젊은 시절 한창 활동할 때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1962년 연극 ‘소’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주현 등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동료들과 자신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현장에서는 촬영하기 바빠 얼굴을 맞댈 여유조차 없었지만, 식사시간 때만큼은 웃음이 넘쳤다.

이미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과 함께 여행하며 동세대와 시간을 공유한 경험이 있지만 ‘디마프’가 안겨준 느낌은 또 달랐다.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료와 우리들의 인생을 연기한다는 게 새삼 쑥스럽고 신기하더라”며 허허 웃었다. 그리고는 노희경 작가의 필력에 공을 돌렸다. “꼰대들 마음에 들어갔다 왔나. 하하! 감칠맛 나게 써줘 참 편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구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최고로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며 마음에 새겨 놓은 말을 들려주었다.

“80년 인생을 살며 가끔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 그동안 삶에 대한 아쉬움과 뉘우침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모두가 어렵게 살아온 세상이지 않나. 앞으로도 경주마처럼 달려가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