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막내 kt는 야구장 안쪽보다 바깥에서 더 많은 홍역을 치렀다. 한두 번의 실수를 넘어 벌써 수차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kt는 예방은커녕 대응방법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13일 kt 김상현의 임의탈퇴 징계 직후 kt 선수들이 착잡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수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상현(36)의 ‘불미스런 사건’은 제어할 수 없는 악재다. ‘이것을 왜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느냐’고 kt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작위적이다. 물론 kt는 ‘선수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사과를 야구단 사장, 감독 심지어 선수단의 이름으로 했다. ‘선수 개개인의 일탈을 구단이 어떻게 일일이 단속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할 수 없는 kt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kt 선수들이 동료의 일탈에 사과문을 내고, 고개 숙일 이유는 없었다. kt 선수들은 정서적 피해자에 가깝다. 오히려 kt 선수들은 김상현에게 사과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kt 야구단은 선수들을 ‘사과의 최전선’으로 보냈다. “자발적”이라고 해서 넘길 수 없다. 선수들 뒤에서 이를 방조한 kt 야구단이 있는 한 그렇다.
#피츠버그 강정호(29)는 성폭행 혐의에 연루된 상태다. 그러나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미국 언론과 팬 정서는 ‘경위야 어찌됐든 물의를 일으킨’이라는 명목으로 징계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반면 대기업의 이미지 사업의 성격이 짙은 KBO리그는 여론이 법보다 무섭다. 김상현의 불미스런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실명이 공개됐고, kt는 납작 엎드려야 했다. 물론 김상현은 혐의를 큰 틀에서 인정한 상태이긴 했다.
그러나 법적 판결 이전에 경쟁적 보도가 쏟아지며 김상현은 ‘만신창이’가 됐고, kt의 이미지는 내상을 입었다. kt의 사과는 표면적으로 ‘선수관리 미흡’이지만 실질적으로는 ‘kt 야구단과 김상현의 분리’가 목적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사건이 공개된 당일 김상현은 경기를 뛰다 교체됐다. “돌발상황이라 미처 조범현 감독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 돌이켜봐도 이 부분은 문제가 있었다”고 kt 관계자는 인정했다. 당시 kt 운영팀장이 회의 참석 차, 야구장에 없었다는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런 큰일을 현장책임자인 감독에게 알릴 생각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프런트의 의사결정 우선순위 판별능력 자체를 의심케 할만하다. 더 나아가 ‘그 시간 야구단의 사장과 단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귀결된다. 이후 kt는 ‘선수관리 책임’이라는 ‘현대판 연좌제’로 사과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kt 문제의 본질은 허황된 선수 관리가 아니라 프런트 조직원들의 책임의식 결여다. 한 방에 훅 가는 시대다. 포스코가 라면상무, 대한항공이 땅콩회항으로 잃은 무형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다. ‘구단주가 야구단에 애정이 있는 팀이었다면 일처리를 이렇게 했겠는가?’라는 물음에 kt는 반박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이야말로 김상현 스캔들에서 kt가 아파해야 할 급소일 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