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는 SK 윤희상. 올 시즌 벌써 5승을 챙겼다. 스포츠동아DB
그는 5선발로 시즌을 출발했다 한 차례 낙마한 경험이 있다. 팔꿈치 재활로 인해 데뷔 후 처음 1군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했다. 2군 캠프를 거쳐 5선발 기회를 먼저 얻었으나 부진으로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온 2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연일 호투를 이어가며 SK 선발진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올해 성적은 12경기서 5승4패 방어율 4.12. 조정기간을 거쳐 돌아온 6월 이후로만 보면 10경기서 5승3패 방어율 3.18로 선전했다. 10경기 중 2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져줬다.
그는 최근 호투에 대해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2년간 그는 지독히 ‘운’이 없었다. 2014년 타구에 맞는 불의의 부상이 두 번 겹치면서 시즌을 날렸고, 지난해엔 팔꿈치와 어깨 통증으로 고전했다.
윤희상은 “올해는 팔이 안 아프니까 잘 되든 안 되든 경기를 준비하고 집중할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심리적 안정도 조금 있다. 작년엔 경기보다 ‘팔이 빨리 회복돼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운 외에도 그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했다. 윤희상은 “지금도 코치님이나 포수 (이)재원이에게 여러 면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혼자서는 안 되는 게 야구”라며 “오랜 재활은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혼자 이겨낼 수 없다. SK에서 캠프를 못간 건 올해가 처음이었는데 소외되는 느낌도 들었다. 2군 코칭스태프께서 많이 도와주셨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운’과 ‘도움’을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이유다. 물론 스스로의 노력도 뒤따랐다. 윤희상은 “운이 오기 전까지는 나의 ‘루틴’은 빼먹지 말고 해야 한다. 그런 쪽으로 겁이 많다. 원래 하던 운동을 꼭 해야 안 아플 수 있다. 잘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이라며 웃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풀타임 선발로 뛰며 10승(9패)을 올렸던 2012년이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2004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해 어느덧 서른둘이 됐다. 윤희상은 “이젠 조금씩 잘해야 한다. 앞으로 2~3년 정도가 한창일 텐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2군 캠프에서 보니 좋은 어린 선수들이 참 많더라. 얼마 뒤엔 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오기를 갖고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시즌 전과 지금, 목표도 바뀌었다. 그는 “원랜 목표가 따로 없었다. 그저 안 아프고 다시 선발로 던질 기회만 왔으면 했다. 이젠 남은 시즌 선발로 10승을 꼭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야 끝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