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고종욱이 장갑 탓에 안타 도둑맞은 사연

입력 2016-08-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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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넥센 고종욱. 스포츠동아DB

‘신(神)은 디테일 안에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야구는 극히 미세한 지점에서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넥센과 외야수 고종욱(27)은 3일 사직구장에서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큰 곤경에 처할 뻔했다.

기이한 사연은 넥센의 3회초 1사 1·2루 공격에서 비롯됐다. 타석에 들어선 고종욱은 1루수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로 뛰었다. 공을 잡은 롯데 1루수 박종윤도 필사의 다이빙으로 고종욱의 태그를 시도했다. 그러나 고종욱은 태그를 피했고, 박종윤이 쓰러진 사이 넥센 2루주자 박정음이 3루를 거쳐 홈으로 내달렸다. 당황한 박종윤이 부랴부랴 홈에 던졌으나 악송구가 되며 추가 실점이 됐다. 넥센 1루주자 서건창은 3루, 타자주자 고종욱은 2루까지 진루했다. 롯데가 0-2로 밀리고, 1사 2·3루 추가 실점 위기에 꼼짝없이 몰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롯데 조원우 감독이 이 순간 비디오판독에 의한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롯데 1루수 박종윤이 다이빙을 할 때 넥센 고종욱을 태그했다는 주장이었다.

판독 결과, 박종윤의 글러브는 고종욱의 몸은 전혀 건드리진 못했다. 그러나 고종욱의 유니폼 바지 왼쪽 뒷주머니에 넣은 장갑은 태그를 한 것이 분명히 찍혔다. 심판진은 합의 판정 끝에 아웃으로 번복했다.

KBO 2016년 공식 야구규칙에 따르면, ‘선수 또는 심판원의 신체, 옷, 용구의 어느 부분에라도 닿은 것’을 야구에서의 ‘터치’로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박종윤이 고종욱의 장갑 끄트머리를 건드린 것도 ‘터치’가 되는 것이고, 아웃이 맞다. 넥센 벤치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1사 2·3루는 2사 3루가 됐고, 롯데 선발 박세웅은 후속타자를 잡아내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다.

바지 왼쪽 주머니에 장갑을 넣지만 않았더라면 고종욱은 안타 1개를 추가했을 것이다. 이것이 걸렸는지 고종욱은 다음 타석에는 장갑을 오른쪽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삼진이었다. 결국 고종욱은 다음 타석에서는 원래대로 왼쪽 뒷주머니에 장갑을 다시 끼우고 등장했고,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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