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파이터다] “뇌경색도 날 막을 순 없다…I'll be back”

입력 2016-08-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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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준(오른쪽)의 격투기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 가운데 하나였던 문제훈과의 첫 밴텀급 챔피언타이틀 방어전. 허리에 찬 벨트의 부담감으로 힘들게 경기했다고 이윤준은 기억했다. 사진|정성욱 객원기자·RANK5 편집장

이윤준(오른쪽)의 격투기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 가운데 하나였던 문제훈과의 첫 밴텀급 챔피언타이틀 방어전. 허리에 찬 벨트의 부담감으로 힘들게 경기했다고 이윤준은 기억했다. 사진|정성욱 객원기자·RANK5 편집장

■ ‘로드FC’ 전 챔피언 이윤준

급성 뇌경색 전까지 ‘밴텀급 9연승’
챔피언 압박감 시달릴때 찾아온 병
타이틀 내려놓으니 초심이 보이더라

밴텀(BANTAM)은 인도네시아산 작은 싸움닭을 말한다. 체구는 작지만 빠른 스피드로 역동적인 경기를 하는 체급이다. 격투기의 밴텀급(57∼61kg 이하, 로드 FC는 61.5kg)은 유난히 유능한 선수들이 많이 몰려 있다. 로드 FC 1대 밴텀급 챔피언 강경호는 UFC로 진출했고, 김수철, 문제훈, 이길우이 뒤를 이었다.

로드 FC 밴텀급 3대 챔피언 이윤준은 국내외 선수들을 상대로 9연승 중이다. 현재 한국 밴텀급의 최강자가 최근 갑자기 휴식을 선언했다. 급성 뇌경색으로 케이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급성 뇌경색은 치료했다. 원주 부모님 댁에 머물면서 가끔 서울에 와서 검진을 받고 있다. 침도 맞는다. 가볍게 웨이트와 조깅도 한다. 주위 사람들이 살이 쪘다고 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운동하고 있다.”

걱정과 달리 밝은 모습이었다. 뇌경색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종합격투기 활동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그것이 원인이라면 병원에서 검사 받았을 때 뇌에 충격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없다고 했다. 혈관 상태도 좋다. 염증이나 다른 원인에 의해 몸에 혈전이 생겨 막힌 것이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도 가끔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병원에 온다고 했다.”

거침없이 달려왔던 이윤준의 종합격투기 인생

2013년 로드FC에 데뷔한 이래 4∼5개월마다 경기를 치러왔다. 2013년 로드FC 11 밴텀급 4강전에서 송민종에게 패배한 이후 단 한번에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기 전까지 9연승 중이었다. “항상 경기만을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마음 편히 쉬어 본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달리다가 휴식을 취하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든다. 그간 달려왔던 격투기 인생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할 기회로 삼을까 한다.”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더 파이팅’이라는 복싱 만화책 때문이었다. 복싱 실력이 성장하며 강해지는 주인공을 보며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에 푹 빠져 학창 시절 대부분을 운동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대학교에 가서도 운동뿐이었다. “그 때부터 프라이드FC나 UFC와 같은 무대를 동경했다. 군대에 있을 때 결심을 굳혔다. 제대 이후 대학을 휴학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가 종합격투기를 수련했다. 이런저런 격투기 무대에서 경험을 쌓다가 로드 FC에 데뷔를 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운동을 중단한 뒤 부쩍 체중이 늘어난 이윤준. 주변에서 놀리는 사람이 많아 가벼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정성욱 객원기자

운동을 중단한 뒤 부쩍 체중이 늘어난 이윤준. 주변에서 놀리는 사람이 많아 가벼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정성욱 객원기자


챔피언은 상상도 못할 부담을 줬다

강함의 상징이었던 종합격투기 챔피언에 오른 이후 자신에겐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중압감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고 고백했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챔피언으로서의 중압감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특히 첫 타이틀 방어전이었던 문제훈과의 경기는 쉽지 않았다. “모든 챔피언들이 첫 타이틀 방어를 어려워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 벨트 자체로 생각이 많아지고 중압감도 생겼다. 전에는 ‘승리’ 하나만 생각하면 됐지만 챔피언이 되니 아니었다. 그때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타이틀을 잃을 뻔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겨우 이긴 경기였다.” 뜻하지 않은 병으로 이윤준은 챔피언을 포기했다. 덩달아 무거운 짐도 훌훌 털어버렸다. 세상은 불행과 행복이 교차하는 곳이다.

챔피언을 반납한 이후 초심을 생각하다

이윤준은 다시 도전자가 되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오로지 상대만을 생각할 수 있고, 경기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순수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불사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행복하다. 빨리 다시 운동해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몸이 허락한다면 가능할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다. 휴식을 통해 충분히 몸을 만든 다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금 다져간다는 심정으로 격투기를 시작 할 계획이다.

“치료에 집중하며 몸을 예전처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쪽지를 받았다. 모르는 분이 팬이라면서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돌아와 달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큰 힘이 됐다. 돌아온 이윤준은 이전보다 더욱 단단한 파이터로 있을 것이다. 꼭 지켜봐달라.”

정성욱 객원기자·RANK5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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