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이태양, 엇갈린 진술이 핵심이다!

입력 2016-08-05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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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을 한 이태양(가운데)이 5일 첫 공판을 위해 부모님과 함께 경남 창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창원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승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태양(23)이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원을 구형 받았다.

검찰은 5일 경남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단독(구광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태양과 브로커 조 씨, 불법스포츠도박 베팅방운영자 최 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태양에게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조 씨는 문우람(23)의 제안에 4회에 걸쳐 승부조작을 조작한 것에 대해 징역 3년을, 최 씨에 대해서는 승부조작에는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으나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통해 베팅을 하고 거액을 벌어들인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오락가락하는 이태양-말 바꾸는 조 씨

최종 판결은 이날 피고인들의 엇갈린 진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양은 “문우람에게 ‘(승부)조작을 어떻게 하느냐?’ ‘베팅을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말한 적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최후 진술에서는 “내 친구 (문)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양이 앞서 말한 대로 먼저 제의를 안 했다면 승부조작을 도모한 문우람의 죄질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문우람은 죄가 없다’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조 씨와 이태양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았다. 조 씨는 “지난해 5월 29일 경기조작을 하기 위해 23일 세 명이 술자리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당시 이태양, 문우람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다. 포항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함께 만나서 얘기를 나눈 것은 그 이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태양이 “25일 만나서 조 씨가 먼저 제의했다”고 하자 조 씨는 “23일 밤 11시에 전화가 왔고 곧바로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24일 새벽에 4시쯤 만났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선수들이 제안’ 검찰이 파악한 증거는?

재판장은 양쪽 진술이 엇갈리자 검찰에 증거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 이태양의 변호인은 조 씨가 수차례 승부조작을 제의했고 거절했는데 그동안 받은 향응에 미안함을 느꼈고 ‘별 것 아니다’라는 유혹에 넘어가면서 승부조작을 승낙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조 씨는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이태양이 문우람을 통해서 승부조작을 하고 싶다고 문의가 왔고, 선수들이 부탁하니까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고 있는 양쪽 입장에 대해서는 “이태양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지만 문우람과 함께 ‘안마방’에서 승부조작을 계획했다는 사실은 인정했고, 조 씨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관련한 통화내역이 일치한다”며 “조 씨는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승부조작을 제의하면 브로커라는 낙인이 찍히고 친분이 단절될 수 있었다. 문우람이 먼저 전화를 했고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며 조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문우람이 승부조작을 먼저 제안한 정황에 대해서는 “조 씨는 문우람에게 고가의 선물을 건넸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다. 친분이 있던 다른 선수들에게는 고액의 선물을 건넨 적이 없다. 조작 제의에 대한 대가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태양 변호사 측 주장 “반성중…선처 바란다”

이태양 변호를 맡고 있는 임석필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 이태양은 범행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사실관계를 요구하는 구단에 진실을 고백했으며, 검찰에 자진 출두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후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자신이 한 잘못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 아직 23세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선수이고 성품이 여리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KBO의 중징계를 기다리고 있고 앞날을 창창한 야구선수임을 감안해 관대한 처벌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조 씨에 대해서는 “야구선수 다수와 친분관계를 맺고 강남 고가의 술집에서 향응을 제공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지불했다. 준비중이라고 말하는 스포츠 에이전시사는 차리지도 않았고, 주수입원이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과 휴대폰 가게가 전부다. 주업인 스포츠도박을 활용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반성 많이 하고 있다”며 “가족에게 죄송하고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내 친구 (문)우람이에게 미안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법정을 떠났다.

한편 이태양의 선고 공판은 8월 26일에 열린다.

창원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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