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해 7월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구성에 대한 논의와 논쟁이 치열할 때 김경문 NC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프리미어12가 병역특례 해택도 없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야구의 월드컵’도 아니지만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한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KBO리그는 2006 WBC 4강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2008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과 2009 WBC 준우승이 이어지며 수십 년간 숙원이던 새 야구장 건설, 리그 확장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광주와 대구에는 새 야구장이 문을 열었고, 제9구단, 제10구단이 창단됐다. 불과 몇 해 전 리그 축소를 고민했던 KBO는 반짝이는 최신식 야구장에서 800만명 관중기록이 눈앞에 있다. 정상급 선수들은 한 해 평균 20억 원 이상을 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가 TV로 중계되며 경기장마다 취재진이 북적인다.
‘국민스포츠’라고 자부할 수 있는 큰 힘은 국내 프로스포츠 종목 중 유일하게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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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야구는 국제대회가 매년 이어진다. 2017년 초 WBC가 개최되고, 2018년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019년에는 프리미어12가 있고, 2020년에는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12년 만에 부활한다. 2021년에는 4년 주기의 WBC가 다시 열린다.
국제무대에서 야구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국가대표팀의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다. 미국은 이미 4월 2017 WBC 사령탑으로 72세 백전 노장 짐 릴랜드를 확정했다. 한국은 매번 국제대회마다 감독 선임부터 갈팡질팡 이었다. 2017 WBC 대표팀은 최악의 오른손 선발 투수 난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감독 선임을 놓고 벌써부터 이말저말, 자천타천이 나온다. KBO는 “A매치가 이어지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전임 감독제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축구처럼 전임감독이 어렵다면 최대한 선임 시간을 앞당겨 단기 계약으로 감독을 선임하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방법도 있다.
KBO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스스로 최고의 호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내년 3월 또 한번 국제대회에 빚을 져야 한다. 정상에 오르긴 어렵지만 추락은 순식간이다. 국제대회는 찬란한 영광을 가져다 줬지만 혹독한 시련도 줄 수 있는 힘겨운 상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